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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구간 남진(백복령-댓재) 본문

백두대간 /1차(09.08~10.11)

제9구간 남진(백복령-댓재)

실미도 2009. 12. 22. 14:43
      ▣ 제9구간 (백복령-댓재) o 산행일시 : 2009년 12월18일(금) - 19일(토) (무박) o 산행인원 : 그린산악회 산우님 16명과 함께 o 산행코스 : 백복령-원방재-상월산-이기령-갈미봉-고적대-청옥산-두타산-햇댓등-댓재 o 산행거리 : 약 29.10㎞ o 산행시간 : 02시55분 - 15시25분 : 12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 알바시간 포함) o 산행날씨 : 쾌청, 한파와 무시무시한 칼바람 서울이 영하 12도를 오르내리며, 몇일째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다. 그래도 시작한 길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고 배낭을 꾸려 동대문에 도착한다. 이번 구간은 30km에 이르는 장거리이기에 1시간 이른 10시에 출밣하였다. 백복령 오르는 차창 밖으로 도로 옆의 깃발과 나뭇가지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 속으로 "오늘 정말 장난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하며, 등산화 끈을 조이고 바라크라바를 쓰고 랜턴, 스틱, 디카를 챙겨 버스를 내리니 귓전을 때리는 찬바람과 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한 총총한 별빛이 반겨준다. 긴 구간이고 오르내림이 심한 구간이라 체력 안배에 주의해야 한다는 천문대장의 뒤를 일렬로 뒤따른다. 어둠속 찬바람에 바라크라바를 쓴 귀가 시리다. 목에 감았던 밴드를 올려 머리와 귀를 덮었다. 계속 흐르는 콧물을 풀어내고 닦느라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급한 김에 팔 소매에 닦으니 금방 허옇게 얼어버린다. 얼마많큼 왔는지 시간을 보려해도 추위에 핸드폰을 꺼내기 귀챦아 걷기만 할뿐이다. 랜턴도 교대로 나갔다 들어왔다한다. 출발전에 건전지를 모두 교체해왔는데.... 계속 이어지는 왼쪽의 동해 시가지의 야경이 그나마 단조로움을 조금은 덜하게 할뿐이다. 1022봉에 도착하여 디카를 꺼내 전원을 넣으니 밧데리가 방전된것으로 표시가 되고 작동이 않된다. 분명 집에서 완전 충전을하여 넣어왔는데.... 원방재, 상월산을 지나며 역시 디카는 작동불능이고 그때그때 핸드폰을 열고 시간을 기억해 둔다. 6시40분에 이기령에 도착하여 몇 분이 탈출하신단다. 너무 춥고, 졸리고, 힘이드신단다. 한 여성 상우님의 눈썹에 허옇게 상고대가 피었다. 잠시 움직이지 않는 동안 한기가 느껴져 자켓을 꺼내 입고, 탈출하시는 남성 한분과 여성 두분의 산우님을 보내고 갈미봉을 향해 출발한다. 아침 식사를 해야하는데 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날이 밝아 오며 바람은 더욱 심하게 분다 진고개-대관령 구간의 바람은 오늘에 비하면 미풍에 불과한것 같다. 온통 귓가에 쉬~웅 슝슝 바람 소리뿐... 식사할 곳을 못찿아 이제는 허기가 밀려온다. 갈미봉 정상 직전에서야 양지쪽 돌계단에 앉아 식사를 해결한다. 집에서 준비해준 샌드위치빵을 꺼내보니 얼었다. 계란과 감자와 마요네즈로 만든 속도 모두 얼어있다. 얼은 빵을 시원하게(덜덜떨며) 먹고 보온병의 물 한컵을 들이켠다. 물도 식어버려 미지근하다. 한 산우님이 "산행할때 이렇게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보면 불쌍해 보인다" 하신다. 집에 있으면 모두 대접받는(?) 귀한 가장들인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추위만 파고들 뿐이고, 식사를 하는 일행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갈미봉에서 디카 밧데리를 교체하고 작동을 시도해보니 똑같은 현상이다. 다른분들 디카도 그렇단다. 밧데리가 문제가 아니라 추위에 작동이 안되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랜턴이 켜졌다 커졌다 했던것도 추위때문이었던 것이라니.... 디카를 핫팩과 같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고적대 오르는 길에 디카를 꺼내 처음으로 경치를 담아본다. 된비알을 올라 고적대에 오르는 왼편으로 동해의 푸른 바다와, 동해시가지가 펼쳐져있고, 고적대에는 주변에 상고대가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가야할 청옥산과 두타산이 여인네의 엉덩이처럼 다가온다. 고적대에서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고 연칠성령에서 무릉계곡을 조망하고, 이번 구간의 최고봉인 청옥산에 오른다. 주변 조망은 끝내주는데, 경치를 디카에 담으려해도 두어장 찍고나면 얼어서 작동이 않된다. 지난번 구간에 산행중 등로의 나무에 기대 앉아 잠이들어 모두를 황당하게했던 산우님과 함께 이제는 선두가 되어 문바위 박달령을 지나 두타산을 향한다. 바람은 수그러들줄 모르고 더욱 사납게 울부짖는다. 마치 무단 침입자를 쫒아내려는 듯. 살을 도려낼 정도의 칼바람에도 안면을 개방할 수 밖에 없는 신체 조건으로 인하여 코와 윗입술 사이가 감각이 없다. 어려서는 코찔찔이가 아니었는데 이 나이 먹어 코찔찔이가 되어가나보다. 찬바람에 코가 줄줄흐르고, 스틱에 매어놓은, 이제는 콧물에 얼어버린 손수건으로 계속 닦느라 코 아래가 얼얼하다. 내년에는 라식수술을 꼭 해야겠다. 두타산에 오르니 사방이 막힘이 없고 쾌청하여 조망이 좋다. 춥고 바람도 심해 사진 몇장 줏어담고는 어느쪽이냐 물으니 같이한 산우님이 앞서간다. 얼어서 밟아도 꺼지지 않는 눈길을 지나고 된비알의 암릉구간의 로프를 잡고 내려서기도하고, 거센 바람을 헤치며 25분여 내려서며 나타난 '쉰음산' '무릉계' 삼거리 이정표 어! 이상하다! 함께한 산우님에게 어느 길로 가냐고 물으니 무릉계쪽으로 내려 가잖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정말 이상하다. 능선이 마을로 떨어지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지도를 꺼내보니 반대 방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아뿔사! 알았으면 빨리 되돌릴 수 밖에. 내려 온 길을 거꾸로 오른다. 이번 구간이 30km가 조금 모자라서 채우느라 그랬다며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두타산 정상에 도착하니 천문대장이 후미의 대원들과 도착해 있다. 1시간 5분 동안 알바를 했다 선두가 이제는 후미가 되어 버렸다. 바람은 지칠줄 모르는가 보다. 앞사람이 한 발을 뗄때마다 흙먼지를 일으키고, 낙엽을 날려보내고, 키 작은 풀잎들을 땅바닥에 눕혀 몸을 떨게한다. 나도 이제는 안면에 감각이 없다. 입과 코를 가리면 김이 안경에 서려 앞이 안보이니, 그냥 개방하고 칼바람을 맞이할 수 밖게... 마지막 봉우리인 햇댓등의 된비알 오르기가 버겁다. 알바까지 하느라 체력이 거의 소진되었나 보다. 허기가 몰려오지만 머물러 꺼내 먹기도 두렵고 귀찮다. 장갑을 한 번 벗었다 끼면 손이 시려 한참 동안 고통스럽다. 드디어 댓재의 휴계소에 도착하여 김치찌개에 밥을 먹고 소맥을 두어잔 들이켠다. 속이 짜리리 한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가 된 기분이다. 뒤이어 도착하는 산우님들의 모습이, 바라크라바의 코와 입 주위가 얼어서 허옇고, 어떤분은 쟈켓을 벗으니 얼음이 쏟아진다. 땀이 배출되지 못하고 속에서 얼어버린 것이다. 휴계소 밖에 백구 두마리가 안에 있는 우리가 부러운듯 들여다 본다. 분명 이 안의 난로가 그들의 자리였을 터인데, 객들이 점거하고 있으니 원망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마지막으로 오늘 유일하게 완주한 여성 산우님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고, 백구에게 자리를 돌려주고 동해시에 내려와 탈출하여 찜질방에 쉬고있던 세분과 합류하여 샤워를하고 출발하여 팔당역에 9시20분에 내려 바로 이어지는 전철로 귀가하였다. 지금 윗입술이 거칠거칠한 것이 일어나고 갈라진다. 동상인가? 병원에 가야겠다. 산행 진행도1
      산행 진행도2
      02:55 백복령 출발 04:30 1022봉 05:24 원방재 06:05 상월산 06:40 이기령 09:00 갈미봉 10:10 고적대 10:30 연칠성령 10:58 청옥산 11:18 문바위재 11:23 박달재 12:07 두타산 12:15 출발 12:43 무릉계, 쉰음산 삼거리 도착 13:20 두타산 (1시간 05분 알바) 14:00 통골재 15:15 햇댓등 15:25 댓재 도착 백복령 표지석
      고적대 삼거리 이정표
      고적대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보니 지나온 마루금의 바위봉우리가 멋스럽다.
      신라고승 의상대사가 대를 짖고 수도하였다는 고적대의 정상석
      고적대 정상 주변의 상고대
      고적대에서 바라본 청옥산과 두타산
      무릉계곡
      햇빛에 반사되어 시리도록 눈이 부신 상고대
      망경대라 불리기도 했다는 연칠성령의 이정표
      칼바람에 코찔찔이가 되어, 코 닦느라 안면 노출로 얼굴이 얼어서 마비 직전
      청옥산 직전에서 본 무릉계곡과 푸른 동해바다
      오늘 종주 구간의 최고봉인 청옥산(1,404m) 정상석
      문바위재
      박달재
      박달재에서 본 청옥산과 바람에 춤추는 리본
      두타산 정상석
      두타산 정상에서 지나온 고적대, 청옥산과 마루금 조망
      정상석에 서있는 눈사람?
      이 이정표의 방향만 주의 깊게 봤어도 1시간 이상 알바는 안했을텐데...
      두타산 정상의 전경
      쉰음산 방향으로 알바하는 중 바라본 검푸른 동해바다
      이 곳에서 무릉계 방향으로 더 진행하다 이상해서 지도를 보고 알바임을 앎
      오늘 지나온 마루금과 고적대, 청옥산이 대간길을 벗어나 보니 뚜렷히 보인다.
      알바 끝내고 두타산으로 원위치
      후미와 도착한 천문대장과 만남
      가야할 방향의 산들이 바다의 넘실대는 파도와 같이 다가온다.
      두타산 정상에서 고적대, 청옥산 조망
      통골재 이정표
      지나온 두타산 조망
      마지막 기력으로 된비알을 올라선 봉우리인 햇댓등 정상
      댓재 표지석(그린산방 펌사진)
      댓재 휴게소에서
      쟈켓안에 얼음이 가득
      겨울나그네 / 심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