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의 블로그
동두천6산종주 본문
동두천6산종주
[칠봉산-해룡산-왕방산-국사봉-소요산-마차산]
❈ 산행일시 : 2015. 12. 03(수)
❈ 산행인원 : 그린산방 열여섯 산우님과 함께
❈ 산행코스 : 지행역-일연사-칠봉산-천보산-해룡산-오지재-왕방산-국사봉-수위봉-소요산
덕일봉-번대산-초성교-마차산-동광교
❈ 산행거리 : 52.53km(트랭글)
❈ 날 씨 : 맑음
▼ 트랭글궤적
▼ 트랭글정보
▼ 구간고도표
▼ 주요구간 도착 및 소요시간적
['유유'님 총무후기를 그린산방에서 퍼옴]
<PREMIUM ‘동두천 6산 종주길’ 이야기>
< Epilogue: .....다함께 뜨거운 국밥 말아, 정(情 ) 을 말아, 소맥을 말아,
산우애를 말아서 밤새 걸어온 동지애를 뜨겁게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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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에 올라온 50.3km의 장거리 PREMIUM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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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짧은...그래서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겨울산행에서 50km넘는 종주 도전은 나도 처음이고 모험이었다.
그러나...
그린 대간팀 여산우들의 참석댓글이 쇄도하면서 나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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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주일 전 서울에 첫눈이 내렸지만 반갑지만은 않았다.
서울에 첫눈이 온다면 ‘동두천6산 종주길’에도 첫눈이 결빙되어
산행당일 50.3km를 달리는 우리들에게 어떤 위험으로 다가올지 충분히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눈발은 며칠 더 날렸고, 급기야 산행당일(12/2)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이번 종주길의 복병은 ‘날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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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두천6산길’의 복병은 날씨만이 아니고 가방무게와도 싸워야한다.
겨울철이라 물 준비는 그렇다치더라도
18시간동안 먹을 떡과 과일, 빵종류의 행동식과 낙엽길에 중심 잡아 줄 스틱,우의 미끄러움 방지용 아이젠,
겨울쟈켓 등 다들 가방 크기와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 중 가장 내 눈에 띤것은 김성경선배님의 커다란 중형배낭.
전국 마라톤 선수권에서 명성을 얻고 계신 마라토너이신
김성경선배님 등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배낭이 내 눈에는 매우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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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수) 저녁 지행역 광장 11시 30분.
거보대장님 산행여정 설명 이후 인사를 나누는데 그린 남산우 준족들과
여산우는 그린대간9기팀의 산이조앙님과 유유 둘 뿐.
여산우 둘을 제외하면 1H/4.5km를 달릴 수 있는 남산우들 면면을 대하니
자칫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 앞선다.
준비운동 겸 몸도 풀고 들머리까지 도로를 따라 30여분 걸었다.
봉우리가 일곱 개 있어서 칠봉산(506m)
북쪽으로는 동두천시와 남쪽으로는 양주시를 경계에 있으면서
동두천시와 양주시, 포천땅을 가르는 산줄기 중앙부에는 천보산도 있다.
칠봉산 정상까지 3.7km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은 연이은 능선길, 소나무 군락지도 있고
수려한 기암괴석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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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띵동.........”
연이어 들리는 트랭클에서 뺏지 받는 소리들...
독수리봉(발리봉)~매봉(응봉)~깃대봉~석봉~ 투구봉~솔리봉~돌봉 등
칠봉산 짦은 3.7km안에 봉우리가 7개가 있어서
이 배낭 저 배낭안에서 트랭글 소리 요란한데
왠지 내 기분마저 연말 보너스 탄 느낌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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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 3시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기온이 내려 가더니 그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펑~펑 함박눈이 내린다.
푸근한 날에 눈 오는 법~~
바람도 그리 차지 않아 흘리는 땀을 식혀주고
50여킬로 떠난 종주건각들에게서 흔히 보여지는 긴장감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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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저~ 멀리 산 꼭대기에 2개의 불빛이 훤하다.
군부대가 있는 해룡산과 국사봉 정상.
왕방산은 군부대가 없어서 어둠속에 숨어 있지만
왕방산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국사봉 정상의 환한 불빛이
바닷가 등대 불빛처럼 우리들을 기다리며 환하게 비춰주고 있는 듯 하다.
시야를 가리는 함박눈과 저 멀리 따스한 불빛의 조화.
그 빛에 이끌리듯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걷다가
“이쿠~~”
된비알 없이 부드러운 능선길에 낙엽 양탄자 수북하고
마냥 양탄자인냥 무념무상으로 걷다가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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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림고개 내려오는데 칠봉산과 천보산을 이어주는 4년전에는 볼 수 없없던
MTB등로에 예쁜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왕방산MTB대회 코스(34.7km)에 이 장림고개가 포함되어 있다.
소요산역행 1호선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동두천5산(칠봉산,해룡산,왕방산,국사봉,소요산)이 포함되어 있고
1호선 왼쪽에는 마차산이 홀로 서 있다.
우리가 내일 아침 먹기 전까지 동두천 5산을 돌아야 하는데
그 코스 중 산과 산을 연결해주는 장림고개~오지재고개~쇠목고개 모두
왕방상MTB에 포함되어 있어서 이정표도 잘 돼 있고
길도 잘 다듬어져 있어서 또 찾게되는 ‘동두천6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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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와 포천시 경계에 위치해 있는
된비알 해룡산(661m)을 오르다.
직각에 가까운 그 길에 산이조앙님이 천천히 오르니
그 뒤를 따르는 질주본능님과 칼톤님과 봉제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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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볼 수 있는 4050그린의 백두대간 스타일.
앞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천천히 자신의 속도로 한걸음 한걸음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하며 묵묵히 걸어주는
의리파 대간건각들의 모습.
속도감 있는 사람에게 된비알을 천천히 오른다는것은
자신의 속도로 빨리 올라채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다.
나 역시,
내 앞에 있는 칼톤님과 안전거리 확보를 못하고 추돌 여러번...ㅠㅠ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된비알에서 속도조절은 쉽지만은 않은 것.
산이조앙님 앞 뒤로 우뚝대장님, 오관용님이 포진하여
해룡산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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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산에서부터 내리던 눈발이 해룡산 등로에서는 꽤 미끄럽게 얼어있다.
해룡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정상 표지석이 좌측으로 비켜 서 있다.
왼쪽으로 우회하는 45도 각도의 등로가 매우 미끄럽고
가을내내 산길 달렸던 참석 산우님들의 신발은 반질 반질 닳아 있어서
앞 뒤에서 꽈당 꽈~당 넘어지기 일쑤이다.
내 앞에 가시던 배로님이 불안불안~~하더니 자꾸 자꾸 기우뚱..
결국...미끄러지신다.
10월 말 16산을 완주하신 영광의 그 신발을 신고 오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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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임도길을 따라 오지재고개로 내려왔다.
오지재고개 도로가에
주인장없는 비닐천막 간이 휴게소 안에서 의자를 나눠 앉고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떡과 과일 그 외 김밥 등 다음 여정을 위해 행동식을 먹었다.
오지재고개 세찬 바람을 비해 비닐 하우스에서 먹었어도 땀이 식으니
얼마나 추운지...
배낭 챙겨 나가시던 산우님들이 다시 비닐 휴게소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산 6개 중 2개(천보산/해룡산)산 정상석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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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737.2m)
행정지역은 포천에 속해있지만
동두천권역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이 동두천6산길에 포함되어 있다.
오지재 고개에서 왕방산 정상까지는 3.4km.
된비알도 아니고 바윗길도 아닌데 시야확보가 안된다.
뿌연 안개가 앞 사람의 배낭도 가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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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의 웃음띤 얼굴로 김성경선배님은 운치있다고 매우 흡족해시고
미끄러운길을 곡예하듯 걷고 있는 배로님은 아직도 걸음이 불안해보인다.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아이젠 하시라고 여러번 말씀드려도
다들 안개운치에
또는 수북한 낙엽길에 겁 없이 성큼성큼 올라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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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 정상에서 인증샷 하나씩 남겼다.
오름이든 하산이든 가벼운 몸으로 신선 날 듯 날으시는 당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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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에서 하산길은 엄청 깔닥이야!!!
직각으로 위험하니 아이젠 해야 하지 않겠어?“
라고 당산님 한 말씀하시니
그때서야 모두들 아이젠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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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장착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다들 국사봉을 향해 꼬리 감추고 뛰어 내려 가신다.
“후다닥..탁 탁 휘리릭~~ 이쿠...”
벌써 산우님들 말소리와 발걸음 소리는 안들리고
왕방산은 금세 적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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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도 없이 쟈켓도 입지 않고 왕방산을 내려가는데
김성경님이 춥지 않느냐고 내게 물어보신다.
다른 겨울쟈켓을 입으면 몸이 둔해져서 자꾸 입고 벗기를 여러번 하다가
산행 시간이 자꾸 지체되고
지난 봄, 쓸만한 고어텍스를 이국땅에 버리고 온 게 후회가 막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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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 하산 이후 국사봉 가는 수위봉까지 까칠한 오름.
군사시설물이 있는 수위봉(649.9m)까지 된비알의 연속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기에
커피 한 봉지를 입안에 털어넣고 물을 마셨다.
후미에 혼자 남아 있는 나를 저 앞에 어떤 불빛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장갑이 보이지 않아 배낭을 여러번 열었다...닫았다하고
주변을 랜턴으로 비춰보았는데도 장갑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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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 더 빨리 찾으려하니
배낭안에 있던 장갑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다리시는 게 불편해서 먼저 가시라고 해도 계속 기다리시는 봉제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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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대간 5기 지리산 천왕봉길에서 짝꿍 봉이님과 두 분을 처음 뵈었는데
천왕봉 정상에서 두 분이서 환하게 완주인증샷을 찍으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봉이님을 늘 챙기시던 그 배려하시던 익숙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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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737.m) 자락에 있는 국사봉(754m)이 왕방산보다 더 높다.
봉우리가 정상석보다 더 높은데 우린 국가안보를 위해
국사봉을 미군부대로 넘겨줘야만 한다.
'통일이 되면 국사봉정상 조망권도 찾아 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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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봉을 앞두고 저 앞에 산이조앙님과 오관용님이
국사봉 8부능선쯤 오르고 계신다.
선두팀은 이미 국사봉 정상(754m)에 오른 듯.
국사봉 정상은 군부대.
정상에는 국사봉까지 미군용차가 오르기 때문에 넓은 아스팔트 공터가 있다.
낮에 보면 시야가 확 트이고 저 멀리 소요산과 마차산까지 볼 수 있지만
밤엔 조망권을 확보하지 못해 선두팀은 땀 식어 추울 것이다.
그린대간스타일에 맞춰 안전거리 확보하며 산이조앙님을 뒤따르고 싶었지만
저 위 밝은 불빛을 비춰주시며 대장님이 응원을 보내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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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 정상에서 모두들 아이젠을 벗엇다.
잘 닦여진 군용도로를 룰루랄라 걸어 쇠목고개까지 걷는다 한다.
그러나 예상 밖의 위험한 풍경이 벌어지고 만다.....ㅠㅠ
국사봉에서 소요산 들머리 쇠목고개 가는 길은
국사봉 미군부대 후문에서 좌하로 휘어지며 60도 가까운 위험한 얼음 시멘트 길.
삼거리 좌측 내리막...우측 사면을 따르다가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시멘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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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아이...쿠야...괜찮으십니까? 대장님!
대장님...그쪽보다는 이쪽이 더 안전해요...
이쪽은 눈발 날리다가 얼었던게 녹았나봐...
이쪽으로 오지 말고 가장자리로 가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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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 하산은 임도 아스팔트라서 아이젠 벗고 편히 갈거라 기대했는데
눈길, 얼음길에 사지길이다.
그 누구하나 맘 놓을 상황이 아니고
대장님은 아직 갈비뼈 부상으로 몸이 불편하실텐데
꽈~당, 쿵~~하고 길게 미끄러지셨다.
그런데도 아무도 아이젠을 꺼내지 않고 그냥 살얼음 걷 듯 다들 종종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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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채좋은 갈대밭님의 종종거리는 오리걸음 뒷 모습이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지...
웃음도 잠깐... 대장님이 길게 꽈~당 미끄러지고 난 후 다들 긴장모드.
깔창갈이를 새로 하고 처음 등산화 신고 온 나는 무사히 사지를 잘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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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들머리 쇠목고개 도착.
아직 동트기 전이다.
옆사람이 지나가는 바람조차도 찬기운이 느껴질정도로
한기가 서린 새벽녘.
행동식을 먹기위해 초소인 듯한 바람없는 공간을 찾아 쭈그리고 앉아
각자 행동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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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중장거리 종주길에서 배낭 무게와 싸워야 하는 보온병은 언감생심.
배낭옆주머니에 붙어있던 얼음물에 맥심믹스를 두 봉지 넣고 강하게 흔들었다.
한기 서린 새벽녘에 아이스커피라... 므흣...
온 몸이 꽁꽁?
그러나 "NO~~"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산우님들 속에서
마음만은 한여름 뙤약볕보다 더 뜨겁다.
많이 웃고...많이 행복한 종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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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식을 먹고 나니 동이 터오르고 대장님이 산이조앙님과 유유를 부르신다.
거보 대장님 뒤 바로 뒤에 서서 걸으라고 하신다.
산이조앙님은 대간9기 소속팀.
거보키즈 중 한 사람으로 대간 질서에 많이 익숙하신 분.
산이조앙님이 바로 거보대장님 뒤를 따르고
나는 후미를 자청하며 뒤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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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백두대간의 질서는 “대간스타일, 거보스러움”에서 나온다.“
이 캐치프레이즈를 부연설명하자면
<모두 다함께...묵묵히...꾸준히...산마루금을 걷는 행복한 산꾼들>
일년에 한 두 번 대간길에 낑겨가면서 내가 느끼는 것인데
대간 식구들은 거보대장님을 많이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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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들머리 도착하면
대간길에서는 동이 터오를때까지
절대로 대장님을 앞질러가서는 안되고
날이 밝아 선두와 후미간에 거리나 체력 차이가 나면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을 거보대장님 바로 뒤에 세워
자신의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뒤를 따르는 그린 대간팀의 건각들은 비록 발걸음은 더디지만
묵묵히 그 시간을 견디며, 절제된 발걸음에 노여워하지 않는다.
자신을 수행하는 발걸음이고 스스로 마음을 익혀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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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탈출이 가능한 수도권 근교산행을 자유롭게 주로 진행했던 나는
아직 그린 대간질서에 적응이 안된다.
그러다가...후미로 빠지면서 선두팀을 놓치고 말았다.
쇠목고개에서 칼바위정상까지는 6.3km 더 진행해야 하고.
쇠목고개에서 동광교(종주끝)/31.6km까지 남은거리를 계산해보니
밤새 달려온 길이 겨우 5분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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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남은 산 중에서 소요산(536m) 가는 길의 칼바위나 의상대가 바위로 매우 뾰족하고
나한대~상백운대 등로 또한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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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차산은 1호선 국도 왼쪽으로 나와 있어서
난이도보다는 마차산 정상까지의 길이 15km.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도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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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거보대장님의 표정이 보인다.
어둡고 미끄러운 밤길도 잘 달려 왔는데
랜턴을 끄자 무한대의 자신감이 생긴다.
아침 매식시간 10시까지 말턱고개약수터 앞 초성리 대청마루 가든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아니다 못갈 것 같다...등 등의 말을 남기고
선두팀은 또 다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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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떠올랐지만 눈발이 날리다가...바람이 불다가...
많이 춥진 않았지만
선두팀 꼬리가 안보이니 살짝 불안하다.
3km를 냅다 달려 능선을 4개정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대장님을 선두로 저 앞에 아름다운 행렬의 모습, 그린 건각들의 모습이 보인다.
대간스타일의 대간질서를 거보대장님이 리딩하시며 보여주시는데
밤샘한 사람들답지 않게 질서와 자유로움이 참으로 조화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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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산이조앙님이 열심히 뒤따르고 있고
우리 건각들도 그 누구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사람이 움직이듯 묵묵히 그 뒤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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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질서를 거부하고 후미에서 내가 죽어라 3km를 뛰었더니
다시 허기진다. ㅠㅠ
의상대쯤인가? 어느 뾰족한 바위에 앉아,
나 때문에 뛰어오셨던 그래서 덩달아 뛰기 시작하셨던
봉제산님과 인절미로 행동식을 먹고 있는데 다시 선두팀은 보이질 않는다.
핸드폰이 방전 돼 몇시 인지 알 수 없지만
아침도 못 먹고 오전 10시가 훌쩍 지난 듯.
이젠 행동식으로 허기가 달래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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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바위산길 소요지맥길을 꾸역구역 오르니 소요산 상백운대 정상.
선두팀도 여기서 행동식을 하고 인증샷을 남긴 후
덕일봉을 지나 말턱고개까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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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사격장이 있어서 철조망이 900m가 연결되었는데
등로와 철조망이 너무 붙어 있어서 등산 바지 찣어질 수 있다며
대장님이 주의 말씀을 주신다.
덕일봉에서 말턱고개 방향...와우!!~~드디어 철조망 구간이 끝났다.
아침 매식을 못하고 점심무렵에서야 매식식당인 대청마루가든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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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달려오고 다들 허기져서 얼굴이 반쪽이다.
아침식사를 놓치고 허기진 채 10km를 걸었으니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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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구간 꿋꿋하게 오르신 산이조앙님이 울렁거림을 호소한다.
산이조앙님은 너무 힘들어 밥이 들어가질 않는다며 반공기밖에 못드시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산우님들은 반찬을 상 위에 놓기가 무섭게
씹을 시간도 없이 목구멍에 넘기기 바쁘다.
며칠 굶은 공비들 모습같다는 어느 분의 말씀...
밥이 부족해서 식사중에 식당 주인은 다시 밥을 하고...
냉장고에 채워뒀던 물도 다 마시고
양말도 갈아 신고...커피도 한 잔씩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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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배탈이 나서 아무것도 못 먹고
아주 힘들게 힘.들.게 여기까지 오신 우뚝대장님이 식사하시고 나더니
중탈얘기 하시는 산이조앙님에게 마차산 오르자고 설득을 하고 계신다.
배탈 난 후 먹은게 없어서 기운빠지니
우뚝대장님의 마스코트인 알토란 같던 종아리 근육이
지탱을 못하고 쥐가 난다며
칼바위 능선길에서는 후미로 빠졌었다.
매식 후 우뚝 대장님이 기운을 차려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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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점을 먹고 있는데
탐스런 함박눈이 식당 앞 마차산 들머리 낮은 산능성이에 휘날린다.
단단히 준비하고
갓 길 없는 위험한 초성교를 지나 마차산 산행들머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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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님들은 벌써 저만큼 마차산 들머리에 서 있는데
점심 후 무엇이 문제인지 내 등산화가 말썽이다.
초성교에서 마차산 정상까지는 6.2km.
마차산 정상에서 동광교(날머리)까지는 9.1km.
앞으로 날머리 동광교까지 남은 거리는 총 15.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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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지맥과 맞닿아 있고
몇 년 전 송우회장님이 감악~마차 2산 종주로 공지 올려주셨을 때 걸었봤던 등로.
이 구간은 거리는 길지만 난이도가 쉽기 때문에 마라톤 하듯 뛰신다는
거보대장님 말씀에 등산화를 세게 묶었다.
그런데 자꾸 복숭아뼈가 아프다.
불안불안하여 갓길 없는 위험한 초성교에서 등산화 풀었다 묶었다를 여러 번...
그러나 느슨하게 묶어도 살갗이 스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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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끼 식사를 한 끼로 만땅 채우고 배낭끈을 늘려 등산가방을 짊어졌으니
숨쉬기도 힘들다. ㅠㅠ
마차산을 가기 위해서는 식당에서 바라다 보였던
저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채야 한다.
깔딱 3개 지나고 그 후 임도 합류지점.
2km가량 임도를 걸은 후 마차산으로 들어가는 산길,
지루한 임도길에서 나 혼자 불안하다.
발이 부었는지...양말 갈아신은게 잘 못 된것인지...
걷는게 영~~불편하다.
대장님은 뛸 준비하시고 나와 산이조앙님을 다시 불러서 대간의 질서를
따라 선두권에서 진행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번엔 그 질서를 따르고 싶었지만 신발이 도와 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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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픈 경험을 갖고 계신 타다탁님이 자고산님의 등산지도를 꺼내와
깔창 크기로 접어 내 신발에 끼워주시고 파스도 뿌렸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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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마차산(588m)이 보인다.
유럽 등산 매니아들에게 정복욕구를 불러온다는 스위스의 마테호른 산과
비슷한 모양의 마차산 정상을 멀리서 바라보니 매우 날카로워 보인다.
마차산 900미터를 앞두고 댕댕이 근처 고개쯤에서
대장님과 선두팀이 기다리고 계신다.
울렁거림을 극복하시고 점심을 반 공기밖에 못드신 산이조앙님이
배고픔을 호소.
먹은 만큼 간다... 그 말처럼.
먹을 것을 찾는다는 것은 체력이 회복이 되었다는 뜻.
산이조앙님의 발걸음은 현재 최고의 컨디션이고 그 누구보다 힘이 넘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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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든든히 먹은 나는 배고픔은 없지만
복숭아뼈 통증에 가방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나도 땅콩과 감말랭이 등 행동식을 모두 꺼내 나누고
춥지만 사과도 한쪽씩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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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되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바람의 세기도 달라지고
한기를 느끼게 된다.
겨울계절의 종주는 오후 3시면 하산해야 할 시간.
이번에 3번째 오르는 마차산.
이 마차산은 동두천시와 연천군 경계에 위치한 해발 588m의 산으로
소요산역을 사이에 두고 소요산과 마주 보고 있다.
마차산! 오늘은 네가 왜케 까칠하고도 멀어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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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마차산이 왼쪽에 홀로 떨어져 있는 산이라
바람을 막아줄 산능성이 하나도 없어서 정상 바람이 유난히 차가웠었는데
내가 늦어지면 산우님들이 땀 식어 추위에 떨고 있을 것이다.
50.3km 긴 종주길 나서면서 주말 워밍업도 못하고
새창깔이만 믿고 연습산행으로 한번도 신어보지 않은 새신발을 신고 왔던
나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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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종주의 마지막 코스인 마차산(588m) 정상에 오르니
산우님들이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난 후 조망권을 즐기고 계셨다.
마차산이 왼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오른쪽 철 길 건너편에 우리가 걸어왔던
칠봉산~해룡산~왕방산~국사봉~소요산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날씨 맑은 날에 정상에 올라서면 양주방향의
불곡~도락~수락~도봉~삼각산까지 볼 수 있도록 전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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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길.
동두천역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3.7km
날머리 동광교까지 가는 등로는 9.1km.
유혹의 동두천역가는길은 3.7km로 짧아보이지만
거보대장님께는 아직 마지막 이벤트(마라톤)가 남아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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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로 합류되는 늦은고개(2.8km)의 팔각정까지
아주 길고 긴 밧줄에 의지해 수북한 낙엽 속 돌멩이들을 피하며
팔뚝에 쥐가 나고 손바닥이 불날정도로 힘 주며 내려왔다.
거보대장님 포함, 선두는 늦은 고개에서 동광교까지
6.1km를 1H/4.5속도로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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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선두팀의 발걸음은 어떻게 달리고 있을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지난 영알 운통종주에서 나 역시
봉화봉에서 날머리 통도사까지 2H/9km 끊었다.
“대간스타일, 거보스러움”의 모습 중 또 하나는 바로 이것.
평지같은 날머리 10여킬로 남겨두고
중간 중간 절제되었던 건각들의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주며
마음껏 날아올라 신명나게 뛰어 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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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정~말 굵은 함박눈이 아주 펑~~펑 내린다.
동광교가는 갈림길 늦은고개에 임도로 합류되는 지점이 있다.
함박눈 사이로 거보대장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누구랑 통화를 하고 계신 듯...
아이쿠!!~~
이제 기다리실 것 없이 따뜻한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계실 줄 알았는데
또 길목에 서 계신다.
“모두 다함께...” 50.3km의 소중한 완주 인증샷을 찍어주고 싶으셔서
그 완주의 성취감을 만들어 주고 싶으셔서...
“대간스타일 거보스러움”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계신다.
2012년도 대간 5기때 처음 뵈었을 때는 위풍당당한 풍채로 거목같았는데
최근에 부상 입으시면서 공지까지 연기하시고...
오늘 뵈니 어깨도 구부정해지시고 그때보다 많이 야위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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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떨어지고 눈발 날리는 초겨울에
대인원을 이끌고 50.3km 밤새 걸어오신 후
마지막 이벤트는 선두팀에게 맡기고 우리 후미팀 기다리고 계신다.
결코, 낭만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그 모습은 낭만스럽기 보다는
함박눈속에 가려진 그 자리의 한그루 나무처럼 자연의 모습...
차라리 존경에 가깝다.
눈발 날리는 초겨울에 50km넘는 중장거리 산행을 진행하시면서
변화무쌍한 날씨의 기온과
등로마다 위협적일 수 있는 온갖 장애물들을 다 걷어주시며
여기까지 리딩하신 대장님의 책임감에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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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 마음에 나도 뛰고 싶었다.
지난 가을 운통종주 날머리에서처럼... 그 속도로 말이다.ㅠㅠ
날머리 동광교까지 남은 거리는 6.1km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복숭아뼈는 더 아파왔다.
통증을 없애기위해 신발 끈을 느슨하게 풀었더니 끈이 자꾸 풀린다.
다시 끈을 묶는 그 시간도 아깝고 죄송한데
테이핑을 하자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유유는 배낭을 맡기라고 명령하신다.
‘이쿠...챙피해서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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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열심히 달려보는데
느슨하게 묶은 신발을 덜렁거리며 뛰려고 하니 얼마 못가서 또 쉬게 된다.
이래도 통증, 저래도 통증...
그래서 그냥 적당히 묶고 최선을 다해 걷다 뛰다를 반복하여
드디어 동광교를 비추고 있는
동두천 시내의 가로등불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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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길에서 단 한번도 배낭을 맡긴 적이 없는데
대간의 질서를 따르지 않았던 나는 반성을 했다.
자존심 내려놓고 배낭을 맡겼다.
결국...
때로는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대간의 질서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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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후 지행역 근처에서 식당잡고 있으시라고 대장님이 전달했는데
선두팀 중 어느 누구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따뜻한 식당에서 얼큰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하시면서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계실 듯하여
우린 동두천6산 종주 날머리인 ‘동광교’를 찾아 다녔다.
다시 통화해보니
선두팀도 일부 알바하시고 동광교 찾아 헤메는 중...이라고 하신다.
우린 결국 다함께 ‘동광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함께 들머리 인증샷을 남기고
그 후,
다함께 뜨거운 국밥 말아, 정(情) 을 말아, 소맥을 말아, 산우애를 말아서
어두운 길, 눈길, 빙판길 50.3km를 걸어온 동지애를 뜨겁게 느꼈다.
- The end -
p/s:
김성경선배님: 함산의 기쁨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리를 빛내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갈대밭님이 말씀하시니
배낭무게 늘이고 중등산화 신으면 여러분과 똑같다는 겸손의 말씀 주셨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후배들에게 멋진 모습, 앞으로도 주~욱 이어서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기그린팀 : 칼톤님, 질주본능님, 오관용님,동서남북님, 봉제산님, 산이조앙님!
특히, 산이조앙님의 지구력은 더하기님이 칭찬하시더라구요.
완주..대~박 축하드리고...건강한 모습으로 또 종주길에서 뵈어요.^^
봉제산님과 오관용님! 긴 시간 후미팀의 수장으로 정~말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함산 즐거웠구요. 다들 많이 애쓰셨어요.
배로님, 자고산님, 갈대밭님 타다탁님,선도올님 : 종주길 인연으로 동지애가 더욱 켜켜이 쌓여가고 있네요.
언제봐도 즐거운 그런 사람으로 오랫동안 건강지키며 산행함께해요.
한올님, 당산님: 오랜만에 뵌 한올님, 그리고 최근에 더욱 자주 뵙게 되는 당산님!
두 분과의 함산은 늘 마음이 든든합니다.
뒷풀이에서 많이 흡족해하셔서 감사했구요.
또 다른 등로에서 또 반갑게 인사드릴게요.
우뚝대장님 : 장염에 빈 속으로 그 먼길 넘어오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 정신. 대단한 정신력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대간에 가끔 놀러 갈게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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