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차 5구간(육십령-신풍령) ▲▲▲
o 산행일시 : 2011년 06월03일(금) - 04일(토) (무박)
o 산행인원 : 그린산방 산우님 39명과 함께
o 산행코스 :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삿갓골재-무룡산-동엽령-백암봉-귀봉-못봉-대봉-갈미봉-신풍령
o 산행거리 : 약 32.53km(종주누계거리 239.26km / 백두대간 거리 734.58km 32.57%)
o 산행시간 : 02시20분 - 13시50분 : 11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o 산행날씨 : 안개와 바람 / 맑음
▼ 산행 진행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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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진행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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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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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표
02:20 육십령 출발-오늘 처음 온 한 분이 말없이 사라져 30여분 지체
03:30 할미봉
05:30 서봉(장수덕유산)
06:03 남덕유산
06:40 월성치
07:15 삿갓봉
07:32 삿갓골재 07:50 아침식사 후 출발
08:15 무룡산
09:26 동엽령
10:05 백암봉 10:30 출발
11:45 못봉
12:31 대봉
13:00 갈미봉
13:50 신풍령 날머리 도착
☞ [산행기는 북진을 함께하는 '대간길' 산방의 "마바르" 형님 후기를 허락을 받아 옮긴다]
❉❉❉ 남, 북 덕유산 횡단(橫斷) ❉❉❉
- 白頭大幹 북진 9차 (육십령~신풍령 40km)-
오늘은 두 구간을 하나로 합쳐서 진행한다.
원래는 육십령~남덕유산~삿갓골재~황점(또는 동엽령~안성지구)까지와 삿갓골재(동엽령)~백암봉(덕유산)
~신풍령까지 두 구간으로 나눠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간 마루금과 접속지점간 접속거리가 너무 길어(약 5km)
한번에 가기로 한다. 대간 30여 구간 중 설악산 종주 다음으로 힘든 구간이다.
덕유산(德裕山 1,614m)은 전북 장수군과 무주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등 4개군에 걸쳐있는 산으로서 정상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좌우 30km의 산줄기를 거느리고 있는 남한의 5대 명산(북한산, 덕유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중 하나이다. 원래 이름은 광여산(匡廬山: 너무나 깊고 그윽하여 그 진면목을 알 수 없다는 뜻, 중국 시인 소동파의
칠언시구절에 나오는 말)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이 부근을 지나갈 때마다 안개로 길을 막아 산 속으로 피신한
백성들의 목숨을 구한 이후부터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이라고 하여 덕유산으로 불렀다 한다.
주봉인 향적봉(1,610m)을 중심으로 중봉(1,594m)과 백암봉(1,503m), 동쪽으로는 귀봉(1,390m) 지봉(1,343m)
갈미봉(1,211m), 북쪽으로는 칠봉(1,307m) 지역 일대를 덕유산(북덕유산)이라 하고, 남덕유산은 삿갓봉(1,419m)과
주봉인 동봉(1,507m)과 서봉(1,492m 일명 장수덕유산) 할미봉(1,026m)지역 일대를 일컫는다.
북덕유산은 덕유평전 같은 하늘정원도 있고 능선이 부드러워 여성적이라면, 남덕유산은 오르내림이 심하고 봉우리마다
철 계단이 설치될 정도로 가파르게 솟은 바위산으로 남성적이다. 또한 남덕유산은 3대강의 발원샘을 갖고 있는데,
육십령은 금강, 동봉 남쪽 기슭 참샘은 진주 남강, 북쪽 바른골 샘과 삿갓골샘은 낙동강 지류인 황강의 발원샘이다
○ 낚시 꾼 못지 않는 산 꾼들의 뻥~
산 꾼들도 낚시 꾼 만큼 뻥이 세다. “저 봉우리만 넘으면 된다. 내리막뿐이다. 거의 다 왔다. 평지 같다” 등 이런 말을
곧이 곧 대로 믿었다가는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궁금해서 묻지야 않을 수 없겠지만 그냥 그러그러한 줄 알아야 한다.
봉우리 개수를 세지도 말고, 오르막 내리막 따지지 말고, 눈앞에 펼쳐지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도착해야 도착한 것임을 명심하고, 오로지 자기 다리만 믿어라.
경험을 과장하고, 지리산 종주는 덕유산에 비하면 종주도 아니고, 심지어 몇몇 사람은 너무 힘들어서 빠지겠다는 등
한달 전부터 이번 산행을 앞두고 대장과 몇몇 분들이 엄청나게 겁을 줬다. 그 효과일까 처음인 대원들은 열흘 전부터
금주, 금욕하는 것은 물론 식이요법 까지 하는 등 야단법석이다.
오늘 구간의 예상 산행시간은 15시간이다. 토요일 밤 대중교통이 끊어지기 전에 서울에 도착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1시간 30분 빠른 금요일 22:00에 사당동을 출발하여 들머리인 육십령에 도착하니 새벽 2:15 분이다
○ 육십령에 도적은 없고, 할미봉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육십령(734m)을 넘으려면 60명을 채워야 하지만 20명이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 대원들은 산에서는 일당백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전사(戰士)들이다.
특히 여(女) 전사들의 투지와 산행실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인하다.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폼 잡느라 초반에만
파드닥거리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이런 전사들이 있으니 도적 100명이 나타난들 두려울 것이 없다.
육십령(734m)은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를 잇는 고개로 육십현, 육복치라고도 한다.
고개가 가파르고 험하여 옛날에는 도적때가 많아 이 고개를 넘으려면 60명이 모여야 한다고 해서 육십령이라고 불렀다.
삼국시대부터 이용되었던 고개였으며 신라와 백제의 격전지로서 인근지역에 함양사근산성과 황석산성 등 삼국시대의
성곽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평소처럼 이마빡에 불 붙이고 발 디딜 곳만 비추며 걷는다. 할미봉까지는 거리가2.1km, 고도차 292m로 약 1,8km는
평탄한 산 길이고, 나머지 300m정도는 경사가 심한 미끄러운 흙 길과 바위길이 이어진다. 로프, 바위, 나무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잡고서 할미봉에 올라섰지만, 어둠 속에 잠겨있는 정상은 20여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좁고,
하나의 평평한 암석으로 된 공간이다.
푸근함이 연상되는 할머니와는 거리가 먼 할미봉은 우락부락한 바위 봉우리로서 심술궂은 할멈처럼 오르고 내려가는
길을 까탈지게 해놓았다. 경치는 좋지만 오늘은 조망마저 볼 수 없다.
깎아지른 절벽이라 봉우리 정상에서는 행동도 조심해야 하고, 남측 보다는 북측 면이 오르내리기가 더 어렵다.
수직에 가까운 철 계단을 내려서면 절벽이 나타난다. 높이가 4~5m와2~30m 정도되는 화강암 직벽(直壁, face)과
부스러지기 쉬운 경사 바위에는 굵은 로프가 1~2개씩 매어져 있지만 바위 표면이 미끄럽고,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팔 힘이 약한 사람들은 내려서기가 쉽지 않다.
한 사람씩 내려간다. 나머지는 철 계단을 스탠드 삼아 관중처럼 암벽등반을 지켜본다.
바위를 마주보거나 등지고 또는 어쩔 줄 모르는 사람 등 암벽 등반 방법이 10인 10색이다.
몇몇 분들만 안정감 있게 내려가고 대부분은 어색하고 아슬아슬하다. 전문적인 기술 없이 서로 잡아주고 도와주는 것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 참에 암벽등반 전문가를 초빙하여 아주 기초적인 기술이라도 배우자고 제안하고 싶다.
대장님과 대원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 장수 덕유산(서봉)과 남 덕유산(동봉)
이어지는 교육원 삼거리까지 1.9km는 평탄한 능선 길이다.
암벽을 내려오느라 벌어진 앞사람 꼬리를 잡기 위해서 3~4명씩 무리 지어 빠른 걸음으로 내 달린다.
시간은 04시를 지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멀리서 들리는 ‘홀딱벗고새(학명, 검은등 뻐꾸기)’ 소리가 적막감을 깨트린다.
「호~ㄹ~딱 벗고, 호~ㄹ~딱 벗고」
홀딱벗고새는 공부는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다가 세상을 떠난 스님들이 환생하였다는 전설의 새라고 한다.
원성스님의 홀딱벗고새 시다.
홀딱 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 벗고 이상도 던져 버리고
홀딱 벗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홀딱 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홀딱 벗고 정신차려라.
홀딱 벗고 열심히 공부하거라
홀딱 벗고 반드시 성불해야 해
홀딱 벗고 나처럼 되지 말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처음에는 홀딱벗고새 혼자서 울더니 여명이 가까워 질수록 여기 저기서 온갖 새들이 아침을 깨운다.
「따다다다다닥 다다다다~~」
「찌르~ㄱ 찌르~ㄱ」
「소~쩍다 소~쩍다」
새소리를 제대로 표현할 수 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게 아쉽다. 새들은 4~5월경 짝짓기 위해서 운다고 한다.
이른 새벽이나 날씨가 흐리고 습도가 많은 날 운다고 한다. 오늘은 대여섯 종의 새소리를 들었다.
이런 것이 야간산행의 선물이다.
이후 서봉까지 1.2km는 오늘 코스 중 경사도가 가장 길고 힘든 구간이다.
등산로가 움푹 패인 길을 지루하게 오르다가 로프도 잡고서 바위 봉우리에 올라선다.
서봉인 줄 알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주변을 둘러보니 거대한 봉우리가 안개 속에 어렴풋이 솟아있다.
그렇다, 여긴 서봉이 아니다. 가야 할 곳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이런 바위 봉우리 두어 개 더 오르내리며 겨우 올라선 서봉(1,492m)은 안개만 자욱하다.
○ 머피의 마법에 걸린 덕유 능선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바람도 거칠어 진다. 기온도 급격히 내려간다. 비가 몰려올 것 같은 분위기의 날씨다.
바람막이 상의를 입었지만 찬 냉기가 엄습한다.
추위 때문에 정상에서는 후미를 기다릴 수 없어 후미에게 무전으로 연락하고 출발한다.
수직에 가까운 철 계단을 조심해서 내려서면 경사도가 심한 흙 길이 이어진다.
이슬인지 비인지 물기를 머금은 길은 미끄럽다.
미끄러지는 비명소리도 들으면서 안부지역을 통과하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왼쪽 길은 남덕유산을 거치지 않고 우회하는 길로 평탄한 길이고, 오른쪽 길은 가파른 남덕유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다. 둘렀다 가면 시간은 2~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작년 여름 남진 할 때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들렀다 가기로 마음 먹었지만 남덕유산을 올라가는 가파른
오르막을 보는 순간 마음이 획 변한다. 몸이 풀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대장의 말에 순응하기로 한다.
바람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세게 분다. 덕유산을 10번 이상 올랐지만 오늘처럼 거친 바람은 처음이다.
오늘은 머피의 마법(Murphy’s law)에라도 걸렸는지 하는 일마다 어긋난다.
출발하자마자 (누구에게도 알리지도 않고 혼자서 출발한) 없어진 대원 한 사람을 찾느라 30여분간을 허비하고,
무더운 날씨라는 기상청 예보를 믿고 출발하기 직전 버스에서 짧은 팔 상의로 갈아 입었더니 산의 날씨는 정반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머피의 법칙보다 천년이나 빠르게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1168~1241)가 위심시(違心詩)를 통해
엇박자 나는 세상일을 푸념했다. 앞으로는 하는 일마다 꼬이는 현상을 ‘머피의 법칙’이라 부를게 아니라 ‘규보의 법칙’
으로 불러야 한다. 이규보의 위심시를 소개한다.
인간의 잡단 일들 언제나 들쭉날쭉
일마다 어그러져 마땅한 구석 없네
젊었을 땐 가난해서 아내가 늘 구박하고
늙어 수입이 후해지자 기생이 따르는 구나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개었을 땐 언제나 할 일없어 앉아 있다.
배불러 상 물리면 좋은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땐 술자리 벌어지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묵은 병 낫고 나니 이웃 집이 의원이라
자질구레 맞지 않음 오히려 이 같으니
양주 땅 학을 탄 신선 어이 기약하리요
○ 월성재~삿갓봉~삿갓재 대피소(1,280m)
힘도 빠지고 시장기가 몰려온다. 월성재까지는 돌계단과 가파른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월성재부터 삿갓재 대피소까지는 고도차가 크지 않은 능선길이지만 바람이 세어 걷기가
쉽지 않다. 잡목과 철쭉이 섞여있는 길에는 바람에 떨어졌는지 아니면 때가 되어 저절로
떨어졌는지 떨어진 꽃잎이 처량하다.
덕유산 철쭉 꽃은 능선마다 색깔도 다양하다. 꽃분홍, 카네이션 핑크, 베이비 핑크, 복숭아 색, 진달래 색 등 가는 곳
마다 서로 다른 분홍 색으로 자태를 자랑한다. 떨어진 철쭉 꽃도 지르 밟으면서 산죽 우거진 길을 걷다 보면 삿갈봉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여기서도 망설임 없이 우회길을 택한다.
안개 짙게 깔린 봉우리에 올라서 보아야 보이는 것이라곤 부연 안개뿐 일 것이다
○ 무룡산(1,491m)~동엽령(1,320m)
거친 바람에 삿갓대피소 풍력발전기 날개도 비명을 질러댄다.
바람 부는 야외 식탁에서 아침 먹고 식수까지 보충하고서 길을 나서니, 철쭉과 잡목이 우거진 숲길이 1km 정도
이어진다. 숲을 벗어나면 갑자기 시야가 트인 능선길이 이어지고 정상까지 나무계단이 한 폭에 그림처럼 놓여있다.
바람이 떠밀려 생각보다는 쉽게 정상에 올라서니 안개가 차츰 걷히기 시작한다.
무룡산(1,492m)에 올라서니 처음으로 조망을 할 수 있어 좋다. 지나온 봉우리들도 삿갓봉 넘어 아스라이 보이고,
진행 방향으로는 향적봉과 중봉, 백암봉도 안개에 잠겨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동엽령까지 4km는 가슴이 벅차도록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철쭉 군락지가 펼쳐지기도 하고, 잡초 속에 솟아있는 바위도 멋스럽고, 키 작은 산죽이 길 양 옆으로 도열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잡목이 어우러지고 철 만난 야생화들도 곳곳에 피어있다.
이런 능선 길을 고음의 새소리까지 들으며 걸어간다
능선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내려오다 마주치는 데크가 동엽령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13km 이상 남았다.
백암봉까지 2.2km 평소 같으면 가볍게 오를 수 있지만, 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괜히 무거운 카메라까지 가져와서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둘러매고 가면 가는 곳곳 셔터를 누를 수 있지만
행동하기가 불편하고, 그렇다고 배낭 속에 넣고 가면 보행은 다소 편할지라도 어지간한 것은 귀찮아서 그냥 지나친다.
대간 종주같이 속도가 빠른 산행에서는 DSLR카메라가 부적합하다. 한 장면을 위해서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테크닉,
구도, 순간포착 능력, 사물을 보는 눈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여, 아직도 마음에 드는 사진은 한 장도 얻지 못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 사이 찍어 준 사람은 멀리 가서 보이지 않고, 사력을 다하여 따라 붙기를 산행 내내 반목하다 보면
평소보다 체력은 많이, 빨리 소모된다. 그렇지만 카메라가 몸에 점점 익숙해져 좋고,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니 이 정도는
즐겁게 감수해야 한다.
○ 신선되어 백암봉(송계삼거리 1,503m)지나 동쪽 능선으로
백암봉 바로 밑 바위에 올라서면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보이지만 안개 탓인지 가시거리가 짧고 바람도 계속되어 몇 번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정상 바로 아래 철쭉 군락지에는 철쭉 꽃이 한창이지만 체력이 소진되어 보는 것도 귀찮다.
등산객들로 분비는 정상에서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과일, 통조림, 콜라, 커피 등 각자 취향에 맞는 간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더울 것으로 예상해서 물 2리터를 얼려왔지만 얼음은 절반도 녹지 않았다. 쉬는 것도 잠시 다시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으로
접어든다. 이제 여기보다 높은 봉우리가 없어서 마음은 한결 홀가분하고 무겁던 몸도 차츰 풀리는 기분이다.
상여같이 생긴 바위라 해서 붙여진 상여덤(덤은 바위란 의미)과 귀봉 횡경재까지는 산림욕을 즐기며, 노닐며, 구경하며,
한가하게 걸어간다.
아기 손바닥 만한 연두색 잎을 매단 참나무와 철쭉나무 숲 아래로는 양탄자 보다 더 부드러운 흙 위로 백두산까지 갈 수
있는마루금이 나있고, 숲 바닥에는 2~30cm 정도의 잡초들이 산들 바람에 흔들리고, 여린 나뭇잎 사이로는 연두색 햇빛이
듬성듬성 비친다. 철쭉 꽃을 매달고 있는 것 만으로도 황홀한데 가는 길마다 꽃까지 뿌려놓았다.
무릉도원이 있다 한들 여기보다 더 좋을 수 없으리라. 옛날 이 일대에 일곱 신선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헛말이 아닌듯하다.
이런 숲길을 대여섯 명이 신선되어 걷는다. 쉬자면 쉬고, 가자면 가고, 아주 편안한 속도로 걸어간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듣기도 하면서 걷는다.
○ 못봉(池峰)지나 대봉(1,263m) 갈미봉(1,211m)
가로질러 넘는다는 횡경재(橫經峙)는 송계사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길이 교차되는 지점이지만 지금은 백련사로 넘어가는
길은 폐쇄되었는지 잘 보이지 않고 이정표에도 세 방향만 표시되어있다.
단지 옆에 세워진 목판에는 오자수골만 쓰여져 있을 뿐이다.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을 1km 정도 내려오면 싸리덤재라고도 불리는 비봉안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11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체력이 고갈되어 내리막도 힘들지만 오르막은 더 막막하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못봉에 올라섰지만 옛날 연꽃까지 피었다는 연못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지봉에서 내려서면 달밤이면 구월담에 능선의 그림자가 비친다하여 붙여진 월음령이 나타난다.
진행방향 좌측 계곡따라 내려서면 구월담(九月潭)이다.
이제는 월음재에서 온몸으로 햇볕을 받으며 겨우 올라선 봉우리가 대봉인지 소봉인지는 관심 없고 남은 거리만 궁금하다.
신풍령까지 3.6km라 새겨진 이정표만 눈에 들어온다.
○ 빼봉(1,049m)은 어디에 있느냐?
갈미봉도 지나고 남은 거리는 이제 2.8km
백암봉에서 1,500m~1,200m 높이의 수많은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여기까지 왔다. 갈미봉에서 가야 할 마루금 방향으로
내려다 보니 막아서는 봉우리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게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큰 봉우리는 덩치에 어울리게 봉우리도 듬성듬성 큼직하여 넉넉하지만, 빼봉(해발 1,049m로 다른 곳에서는 산)은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 놓았다.
넘고 또 넘어도 봉우리는 계속 나타나고, 봉우리마다 세워진 시멘트 사각 기둥은 정상 표지석인 줄 착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조그만 언덕도, 돌무더기도 봉우리로 보인다. 발걸음이 천근이라 서너 걸음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
그렇게 세차게 불던 바람은 어디로 갔는지 나뭇잎 하나도 흔들지 못한다. 누군가 버스가 보인다고 소리친다.
신풍령에 내려서니 14:55분, 산행시간 12시간 40분 소요되었다. 날씨의 영향으로 산행시간이 2시간 정도 단축했다.
기록적인 산행시간이라니 좋아는 하지만 ‘속도산행’이 최상의 가치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대원들 40여명은 나이, 성별, 신체조건, 취향 등 모든 것이 다 다르다.
따라서 속도에 함몰되어 ‘종주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을 염려한다.
산신령이시여!
이들에게 ‘속도’와 ‘느림의 미학’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끝)
2011.06. 04
Mabare 마바르
▼ 육십령 들머리의 표지석-기회다 싶으면 들이대는 '고내리'
▼ 육십령 들머리 계단을 오르는 일행
▼ 할미봉 "개봉" 아우와 함께
▼ 할미봉에서 내려가는 암릉구간
▼ 안개 속의 서봉(장수덕유산이라고도 불린다)
▼ 서봉 정상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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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안개와 바람이 부는 서봉(장수덕유산)은 한기를 느낄 정도라 급히 출발한다.
▼ 모두들 우회를 했지만 선두그룹 11명과 남덕유산에 오른다
▼ 서봉과 함께 덕유산 남쪽을 대표하는 봉우리
▼ 삿갓봉도 모두 우회로를 선택했지만 4명이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 삿갓봉이란 산세가 날카롭고 삿갓처럼 생긴 봉우리라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 삿갓골재 대피소
▼ 무룡산 오르는 계단이 안개가 잠시 벗겨진 틈에 촬영
▼ 세게 부는 바람에 잔뜩 웅크리고 걷는 산우들
▼ '용이 춤추는 모습의 산'이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무룡산
▼
▼ 돌탑이 있는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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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엽령
▼ 무룡산과 백암봉 사이 안부의 허리목이다.
▼
▼ 백암봉 오르는 곳곳에 철쭉이 한창이다.
▼ 백암봉
▼ 산행후 보령으로 바로 가야하기에 육십령에서 픽업을 하기로한 친구들과 통화중
▼ 두 여인네가 안보인다는 무전을 받고 선두 그룹을 보내고 25분을 기다려 도착 확인 보고 후 출발한다.
▼ 안개가 모두 걷치고 지나온 백암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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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봉-'연못이 있는 봉우리'란 뜻인데 연못은 없다.
▼
▼ 못봉에서 월음령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른 대봉
▼ 백암봉에서 이 곳에 오기 까지 철쭉 나무가 많은데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즈려밟고 지난다.
▼ 신풍령으로 내려서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 신풍령 정자에서 시원한 맥주와 수박으로 갈증을 푼다.
♬ 권선국 - 작은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