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2012. 4. 12. 11:24
▲▲▲ 제31차(진고개-구룡령) ▲▲▲
o 산행일시 : 2012년 04월 06일(금) - 07일(토) (무박2일)
o 산행인원 : 그린산악회 백두대간4기 23명 대원과 함께
o 산행코스 : 진고개-동대산-두로봉-신배령-응복산-약수산-구룡령
o 산행거리 : 23.5km(종주누계거리 696.18km / 백두대간 거리 734.58km 94.77%)
o 산행시간 : 02시03분 - 14시25분 : 12시간 22분
o 산행날씨 : 맑음
▼ 산행 진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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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궤적['송암자'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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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상세정보['송암자'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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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고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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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산행기는 북진을 함께하는 '그린산방' "송암자" 님의 후기를 옮긴다]
❉❉❉ 12/04/07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
첫째주, 세째주, 다섯째주...
지난해 3월5일 처음 시작하여 매달 홀수주에 백두대간을 하고 있는지
어언 일년하고도 한달을 넘어서고 있다
나야 세째주에는 회사산악회 참여로 홀수주라고 해봐야
첫째주와 다섯째주에만 참석했기에 워낙 결석이 많아 그닥 감흥이 크진 않지만 ...
오늘은 4월 첫째주 오늘도 길을 나선다
지난주가 3월 다섯째주였으니 연이어서 진군이다
그러나 지난주와는 또 다른 감정...뭐랄까 ... 이 비장함은 ...
이제 남은 구간은 댓재-백봉령구간과 진고개-구룡령구간...
두 구간 모두 지난해 12월3일 폭설이후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없는 구간...
우리 역시 눈으로 인해 섣불리 덤비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온...
그러면서 혹여 4월이면 봄비로 인해 대간길에 쌓여있는 눈이 녹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꼼수를 부리기를 벌써 몇번째인가...
그러나 하늘은 우리의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니... 그런줄 알았다
지난 주말 기상예보에 이번 주중에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예보가 있었다
기상예보는 의례 틀리는 것이 미덕이라고...
틀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오죽 했으면 자기네들이 잡은 야유회 날짜에 비를 맞고 오겠냐고 고소해하며
그렇게 치부해오던 나였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로 맞아주길 간절히 원했다
과연 주초에 서울에 비가 내렸다
아니 서울 뿐 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내렸다
오호! 완전 대~박!^^
그런데...
유독 강원도 산간에만 비가 눈이되어 내린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ㅠㅠ
그것도 20센티이상 폭설이 내린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이런 망할...ㅠㅠ
아울러 1시간 먼저 출발한다는 대간길 공지가 뜬다
암담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ㅠㅠ
얼마나 기다려온 비인데...
이젠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지난 몇 번의 눈 산행과 차가운 바람에 대한 대응 등 경험을 바탕으로
신발에 물이 안들어가도록 스패츠를 조이는 방법과
새로이 마누라가 장만해 준 방풍복을 챙기고 약속장소로 나간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가
오늘은 참석인원이 지난주보다 더 적다
24명...헐~~
정신적 지주로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범을 보여온 에코회장님,
우리가 걸어온 길을 생생하게 글로 사진으로 담아온 마바르대장님
커다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일행들의 인증샷과 풍경을 담아주시던 바위산님
덩치만큼이나 든든한 그렇기에 극한의 태극종주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간길의 미스테리(?)
로하스대장님
지난 구룡령-조침령구간에서 묵묵히 러셀하며 대장으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고내리 대장님
대간길의 선두그룹인 돼지멤버의 일원으로서 강철 체력을 소유한 백갈매기님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결석하지 않았던 대간길의 여전사 향수림님
그리고 향수림님과 같이 향자매를 구성하며 대간길을 묵묵히 따라왔던 여래향님과 푸른향님
항상 말은 없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어 힘들고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선두에서
길을 개척해주시는 작은거인 마들님
여유와 함께 항상 미소가 아름다운 미소천사 늘행복님
역시 걸쭉한 입담에 환한 웃음이 인상적인 참으로 애매한 애뫼님
그리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으로 누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나의 영원한 짝꿍 으뜸상수님까지...
대간 종주자 37명중 자그만치 13명이 불참한단다
몇 분은 감기몸살로...
몇 분은 피할 수 없는 가정사로...
또 몇 분은 직장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업무로 인해...
어쨋든 모였으니 간다
예정대로 간다
더 이상 피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미리 포기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
지난 3월 세째주의 피로는 지난 주에 간단한 코스로 이미 풀었고
이젠 새로운 의욕으로 충만되어 갈 일만 남았다
더우기 로하스대장님과 고내리대장님, 그리고 마들형님과 애뫼형님 백갈매기형님 등
러셀을 이끄시던 선수들이 빠졌지만
대신 원조 러셀꾼인 거보대장님과 하얀소형님의 복귀와 함께
에코회장님을 대신하여 차기 맏형이신 들풀형님이 선두그룹을 이끄시고
지난 번 러셀팀의 주역인 우리 대간팀의 막내 개봉님과 버팔로형님 거목님
그리고 그 뒤를 믿음직한 매뉴얼형님이 받쳐주고 있으니 가히 걱정이 없다
가는 길에 대장님께서 현지 상황을 설명하신다
현지 온도 영하9도 낮에는 1도 바람 초속3미터...
오늘 우리가 진행하는 곳은 도상거리 21키로 실제거리 23키로 정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직으로 진행하기에
남사면은 눈이 많이 녹아 있을 것이고
북쪽은 눈이 녹지 않은 채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엊그제 내린 눈이 변수라면 변수...
진고개에 도착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 택시한대가 들어온다
새벽두시경에 웬 택시...???
4명의 시꺼먼 그림자가 주섬주섬 내리는것이 보인다
여기 또 정신나간 사람들이 있구나
우리도 미쳤지만 이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ㅎㅎ
나중에 들으니 우리와 반대방향인 대관령쪽으로 남진한다고 한다
오늘은 초입부터 동대산까지 약1.7키로 구간을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러셀대형으로 꾸려 올라가기 시작...
하늘의 달이 무척 밝다
구름사이로 하늘에선 엊그제 보름을 지난 둥근 달이 떠 있고
땅에는 엊그제 내린 새하얀 눈이 쌓여 그 달빛을 반사하니 주변이 환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눈이 내린다
아니 눈이라고 하기보단 진눈깨비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눈길을 러셀해야하는 입장에서 이 눈이 반가울리 없다
하얀 눈이 덮힌 약 10~20센티 정도 덮힌 아래에 딱딱하게 굳은 얼음인 듯 눈인 듯한 바닥이 밟힌다
그나마 다행...
발을 뗄 때마다 푹푹 빠지던 지난번 구룡령-조침령 구간에 비해 얼마나 편한가
그러나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약한 곳을 밟으면 여지없이 푸욱~
그러나 발끝으로 땅이 감지가 되지않고 허공에 둥둥~~
하여튼 오늘은 장거리 러셀에 대한 부담으로 체력의 안배를 고려하여
너무 빠르지 않게 천천히 호흡조절하며 진행한다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밧줄이 묶인 말뚝이 머리만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허리에 있어야 할 밧줄이 눈을 밟고 있는 발아래에 있다는 건
우리가 최소한 1미터 정도는 공중부양하고 있다는 ...
남사면은 확실히 지난번 내린 폭설이 따뜻한 날씨에 살짝 녹았다가
차가운 날씨에 다시 얼어 단단해져 우리의 러셀에 대한 수고를 많이 덜어준다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달빛도 좋아 이렇게 가면 잘하면 10시간안에 종주를 마칠수 있겠다고 했더니
앞서 가시던 매뉴얼 형님이 만약 10시간안에 종주를 완료한다면 내가 오늘 점심낸다고 호기를 부린다^^
그런 저런 농담을 주고 받으며 능선을 오르니 어느덧 동대산 정상이다
새벽2시경에 출발하여 동대산 정상에 도착하니 새벽3시경...(비둘기님 사진참조)
바람이 제법 불어 귀마개를 하지 않은 내 귀가 많이 시리다
그래서 인증샷만 찍고 곧바로 내리막으로 진행하다가
몇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며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차돌백이에 도착...
동대산에서 여기까지 2.7키로...
대략 4시50분경 도착...
2시간50분에 4.4키로를 진행...
조짐이 좋다^^
잘하면 매뉴얼 형님한테 점심 얻어 먹을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잠깐 쉬는데 정다운 형님이 퀴즈를 낸다화장실 다녀온 원숭이를 뭐라 부르는지 아느냐고...
정답은...ㅎㅎㅎ(아래 댓글에...)
퀴즈 하나 더원숭이를 영어로 하면 몽키(Monkey)라고 하는데 여기서 (M)을 빼면 뭐라 부를까...
정답은...ㅋㅋㅋ(담에 ...)
한참 웃으며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또 출발해서 야트막한 정상을 지나 쭈욱 내려서니 신선목이...
시간은 6시가 조금 안되었는데 이미 날은 밝아오고 있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는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여기서 곧바로 깔끄막을 올라채니 여기가 바로 두로봉이다
차돌백이로부터 4.0키로...
동대산으로부터 6.7키로...
저멀리 동해바다에 떠오른 태양은 구름사이에 가려져 있다가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미니 이 또한 장관이다
핸드폰을꺼내 시간을 보니 7시...
여기까지의 gps기록을 보니 약9키로 진행했다
진고개에서 여기까지 약5시간 경과...
촉이 좋다^^
암만해도 오늘 사고 한번 칠것 같다^^
매뉴얼형님한테 얘길하니 긴장한다^^
오늘 구간중 높이로 보면 가장 높은 두개의 봉우리를 5시간만에 올랐다
남은 거리는 약13키로인데 내리막이 많고 높이도 지금보다 못하다
일단 여기서 떼 사진을 찍고 또다시 진행...
일단 선배령까지 진행하고 그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머리 조심!
거리 유지!
수구리!산행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특히 이번 산행에서...
야간에 고개를 숙이고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앞에 있는 나무를 못보고 들이 받는 일이 다반사라
뒷 사람에게 경고하기 위해 하는 말이 "머리조심"인데
이것도 자주 하면 앞사람이 "머리!"하고 외치면
뒷사람이 "조심!"하고 받기도 하고
앞사람이 "머리!" 하면
뒷사람이 "마빡!"하고 받거나,
"대가리!" 혹은 "모자!" 등으로 받는다
때론 "난 통과!" 도 있다^^키가 작아 해당사항이 없다는 뜻...ㅎㅎ
이번 산행같이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 특히 이런 얘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눈이 많이 쌓여 평소 발아래에 있던 잡목은 눈속에 잠겼으나
너무 많은 눈이 쌓여 우리가 걷는 높이가 높아지다보니
평소 머리위에 있던 나무들이 낮아져서 머리에 걸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앞사람의 어깨에 걸렸다가 뒤로 제쳐지는 나뭇가지에
얼굴이나 눈동자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계속 "거리 유지!" 를 외치게 되고
"수구리!" 역시 "머리 조심!"과 같은 뜻 혹은 보다
더 낮은 자세를 유지하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데
이번 구간에서 유독 많았던 것은
그만큼 눈이 많이 쌓여있고 우리가 지면으로부터 높은 곳을 걷고 있다는 반증...
두로봉으로부터 내리막은 경사가 급하기도 하거니와 눈이 얼어있어서
아이젠의 효과도 별로없어 그냥 미끄러져 내려간다
아무리 내리막이지만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 일행들 입에서
신배령이 언제 나오는거냐 신배령아 빨리 나와라 하는
투정과 원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신배령까지 내려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두로봉에서 신배령까지 3키로 조금 넘는 거리를
1시간30분 정도 걸려 8시 40분 경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기 위해 비로소 도시락을 푼다
그러나 바람이 차가워 손이 시리다 보니
먹는 둥 마는 둥 따뜻한 물에 말아 그냥 입에 붓는다
09시를 조금 넘기고 선두가 출발하고
이윽고 전 대원이 출발해서 만월봉을 가뿐하게 올라섰으나(10시14분)
이어지는 응복산을 힘겹게 올라선다(11시10분)
저멀리 구룡령이 보이고 이어 점봉산과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구룡령까지 6.71키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진행방향으로 설악산과 점봉산을 배경으로 혹은
반대방향인 저멀리 동대산과 두로봉 등 지나온 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날리고 또 다시 출발한다
이어지는 약수산까지는 체력적인 한계까지 느껴지는데다
낮이 되면서 눈이 녹아 선두그룹에서 러셀하는데 애를 쓴 흔적이 선명하다
곳곳에 끝이 닿지 않는 발이 빠진 구덩이를 피해 옆을 밟아 보지만
결과는 매한가지...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피로는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여기서 페이스를 잃으면 얼마 남지 않은 구간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는데 ...
때마침 설상가상으로 아이젠이 벗겨지면서 속을 썩인다.
한쪽은 지난번 산행에서 테두리 고무가 찢어져서 운동화끈으로 대충 때워 왔었는데,
오늘은 다른 쪽 아이젠까지 고무가 찢어진다.
나름대로는 이 대간 끝날 때까지 이 아이젠과 동고동락하려고 했는데...
양쪽 다 고무가 찢어져 더 이상 동고동락이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ㅠㅠ
담주에는 좀더 좋은 제품으로 장만해야겠다 ㅠㅠ
어렵게 어렵게 약수산 정상에 도착하고
이젠 다왔다 싶어 남은 물과 간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다
가파른 급경사와 계단을 지나 구룡령에 도착하니 14시50분!
드디어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의 종주가 끝나는 순간이다
바야흐로 그린산악회 대간꾼이 러셀꾼으로 명명되기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한 산행이었다고
자부한다.
또한 그토록 맘고생을 많이 했던 구간이기도 한 만큼
개인적으론 또 하나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의미깊은 산행으로 추억이 될 것을 확신한다.
이 글을 빌어 비둘기님과 하얀소님의 사진에 나온 시간과 이정표를 보며 기록을 정리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2.04.08
송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