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차(11.02~12.05)

제26차(백복령-삽당령)

실미도 2012. 2. 7. 20:05
      ▲▲▲ 제26차(백복령-삽당령) ▲▲▲ o 산행일시 : 2012년 02월 03일(금) - 04일(토) (무박2일) o 산행인원 : 그린산악회 산우님 37명과 함께 o 산행코스 : 백복령-갈고개, 삽당령-두리봉-삽당령 o 산행거리 : 약 13㎞ (종주누계거리 598.53km / 백두대간 거리 734.58km 81.48%) o 산행시간 : 03시10분~07시10분, 09시30분~13시13 분 o 산행날씨 : 눈/흐림 산행 진행도1.
      산행 진행도2.
      03:10 백복령 들머리 출발 07:10 길을 잃어 갈고개(750m)로 탈출 삽당령으로 이동 09:28 삽당령(680m)에서 두리봉으로 출발 11:24 두리봉(1,033m) 도착 13:13 삽당령으로 회귀 [대간종주를 함께하는 '대간길' 산방 "마바르" 형님의 산행후기를 허락을 받아 옮긴다]
        ◈◈ 사라진 자병산과 안 가고 끝난 구간 ◈◈
      - 白頭大幹 북진 26차 (백봉령~닭목재 30km)- ○ 입춘대길(立春大吉) 하세요! 오늘은 봄을 알린다는 입춘(立春)이다 옛날에는 이날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글귀를 크게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여두는 풍습이 있었다. 밤과 낮, 음과 양, 즉 달과 해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주역파(周易派)는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冬至)를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지만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입춘을 새해의 첫 기점으로 본다고 한다. 이때 부터 날씨가 풀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음력 설이 지난 13일만의 입춘인 오늘이 명리학으로는 또 다른 해의 시작인 것이다. 정초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년운세가 궁금하여 점집을 들락거리거나, 인터넷 운세를 보기도 하고 사주팔자를 본다. 그러면 타고난 운세 즉 팔자를 고칠 수 있을까? 명리학 계통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전승되는 팔자를 고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적선이고 둘째가 명상, 셋째는 명당(집터와 묘터)을 잡는 일, 넷째는 독서, 다섯째가 명리학을 공부해서 자신의 운명을 대강 짐작한다는 것이다. 팔자, 운명을 안다는 것은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팔자를 고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적선이라 한다. 기부하고 봉사하고, 친구 친척들에게 술도 사고 밥도 사고, 궁핍한 사람들에게 용돈도 주라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것 같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렵다. 둘째 셋째 다섯째 방법인 명상, 명당 잡는 일, 운명을 안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야 접근하기 힘들지만 넷째 방법인 독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초부터 신년운세를 보고 나서 그 결과에 따라 기분이 좌우될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소설이라도 읽으며 마음을 집중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술 고픈 친구 불러내어 소주라도 한 잔 사면 이 또한 좋은 팔자로 가는 첫 걸음이 되지 않겠는가. 어제 서울 기온이 영하 17도, 55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라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휴학을 했다. 어제를 고비로 날은 점차 풀린다고 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려니 걱정이 앞선다.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계획된 구간을 한번도 제대로 간 적이 없었고 몇 일 전에도 영동지방에 30센티 가량의 눈이 더 내려 상황이 더악화되어 백두대간을 한번쯤은 쉬어가도 될 법하지만 오늘도 간다. 오늘은 강원도 강릉시 백봉령을 출발하여 자병산~생계령~석병산~두리봉~삽당령~석두봉~화란동~닭목재까지 도상거리 30km를 간다. 예상소요시간 15시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간다고 한다. ○ 백봉령에는 가는 눈발이 날리고 2012. 02. 04 03:01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동해고속도를 달릴 때까지만 하여도 낼 모래면 보름달이 될 덜 여문 보름달이 창 밖으로 따라 오길래 달빛을 받으며 산행할 줄 알았다. 영동지방 기상예보도 맑음이라 큰 카메라와 추운 날씨 방전에 대비하여 여분의 배터리까지 준비하고 설경을 앵글(angle)에 담으려 했지만 막상 백봉령(白福嶺)에 올라섰더니 날씨가 급변하여 가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영하 15도, 그나마 기온은 많이 풀려 다행이다. 백복령, 국립지리원에서 白伏嶺으로 표기 된 것을 삼척군에서는 白福嶺으로 표기하고, 다시 「백두대간보전회」 에서는 「택리지」에 근거하여 흰 봉황이란 뜻의 백봉령(白鳳嶺)이라 부른다. 그런 까닭인지 도로표지판은 백복령으로 백두대간 마루금 길 안내판에는 백봉령으로 표기되어있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와 강릉시 옥계면의 경계선으로 정선아리랑 「엮음 아라리」가사에도 백봉령이 나온다. 우리댁의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얽어매고 찌거매고 징검다리 곰배팔이 헐께눈에 노가지나무 뻐덕지개 부끔덕 세쪼각을 세뿔에 바싹 매달고 엽전 석양 웃짐지고 강릉 삼척으로 소금 사러 가셨는데 백봉령 구비구비 잘 다녀 오세요 대간 등산로에 진입하는 것도 힘들다. 수분이 증발해버린 허리까지 쌓인 눈은 헤치고 오르막 길을 러셀하는 것은 중노동이다. 한 발 전진하면 한 발 미끄러지고, 발 놓을 자리가 없어 발끝으로 아무리 더듬어도 땅은 발에 땋지 않는다. 스틱도 무용지물이고 양 손이 있지만 잡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팔은 눈 위에서 허우적거리고 발은 눈 속에서 바둥거린다. 한 쪽 발로 눈을 모아 다지고 나서야 겨우 몇 발자국 올라 설 수 있다. 마치 깊은 물 속을 걷는 기분이다. 38명의 대원들이 눈 속에 난 외길에서 일렬로 서 있다. 선두에서 한 발 전진하면 한 발 나아가고, 길을 낼 때까지 기다린다. 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러다가 내리막을 만나면 거침없이 나아간다. 수분이 빠져나간 눈이라 미끄럽지는 않지만 1미터 이상 쌓여 바닥이 길인지 아닌지, 바위 길인지 흙 길인지 구분 없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어 거침이 없다. 눈이 완충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 자병산(紫屛山)은 사라지고, 대간 마루금에는 없었던 도로가 백두대간 지도에 있는 자병산이 실제로는 사라지고 없다. 1994년 이전에는 자병산이 있어서 자병산을 거쳐 갔으나 석회석을 캐기 위해서 산을 무너뜨려 지금은 거대했던 산이 뿌리만 남아있고, 백두대간 길마저 그 쪽으로 가지 못하고 길 아닌 길을 따라 간다. 산이 허물어진 험한 몰골은 밤이라 보이지 않고, 눈이 쌓여 보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 모르지만 2년 전 남진할 때의 흉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하다. 흑(黑)과 백(白)이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어둠은 시야를 가리고, 눈이 산의 온갖 굴곡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울퉁불퉁한 길과 얕은 골짜기며 바위까지 심지어 그 위에 자라던 키 작은 잡초 잡목들까지 흔적 없이 덮어 버렸다. 어느 곳이 길인지 알 수 없다. 유일하게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나뭇가지에 드문드문 매달린 리본뿐이다. 길을 알 수 없으면 앞줄의 대원들이 헤드랜턴을 사방으로 돌려가며 리본을 찾는다. 해드렌턴이 서치라이트 불빛되어 수시로 숲을 샅샅이 뒤진다. 리본이 없을 때에는 불안해 하면서 길같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 무작정 오르고 또 오른다. 그러다가 어느 산악회에서 붙인 낡은 리본 한 조각이라도 발견하면 큰 발견이라도 한 듯이 환호성을 지른다. 「저기 리본이다」전 대원이 고개를 돌려 확인한다. 평상시에는 사람의 손이 땋지 않은 높은 나뭇가지에 높게 매달린 노랑 빨강 등 원색의 리본들에게 눈살을 찌부렸지만 그것이 나침반 역할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악전고투(惡戰苦鬪)를 벌이며 796봉우리에 겨우 올라서고 나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섰다. 봉우리 정상에 나부끼는 수 없는 리본들의 환호에 정신이 홀려 리본들이 알려주는 방향을 간과하고 왼쪽 능선을 따라 바람같이 내려온다. 봉우리를 오르면서 죽을 것 같았던 고통의 여운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모두들 정신 없이 달려 내려간다. 오르막을 오르느라 지체된 시간이라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눈 쌓인 능선을 달린다. 어느 순간 시야에서 리본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가던 길을 멈추고 약 3간만에 휴식을 취하면서 상황 판단을 한다. 대장들간 무전이 오고 가고 지도를 펼쳐 놓고 살펴보지만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를 모르니 지도를 펼친들 무슨 소용인가. 저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한 마디씩 빠트리지 않고 설익은 지식들이 춤을 춘다. GPS를 가져온 대원들도 있지만 정상 등산로에서 너무 벗어나 이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계절이었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을 눈 덮힌 겨울 산에서는 거침없이 실행한다. 대충 어림 짐작으로 백두대간 등산로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오른쪽 봉우리를 향하여 길 없는 눈을 헤치며 무작정 기어 오른다. 그 봉우리에 올라섰지만 리본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건너편을 봉우리를 목표로 다시 내려간다. 1미터 이상 쌓인 눈밭은 발길 닿는 곳이 길이던 아니던 아무것도 걸림이 되지 않는다. 난데없이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2012. 02. 04 07: 09 42번 국도, 「여기는 갈 고개에 정상입니다」라는 도로 안내 표지판이 서있는 곳에 내려 섰다. 정상 대간 등산로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났다. 출발지인 백복령에서 이곳까지 약 3km 거리를 오는데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한 시간에 1km도 전진하지 못했다. 닭목재까지 남은 길 27km 삽당령까지도 약 15km 정도 남아있다. 닭목재는 포기하고 삽당령까지만 간다고 하더라도 남은 거리 약 15km와 벗어난 길 약 1km를 계산한다면 앞으로 15~16시간을 더 가야 한다. 날은 이미 밝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정상적인 등산로로 접근할 길을 모른다는 것이다. 눈은 허리까지 쌓여있고 등산로와 점점 멀어지는 도로를 따라 선두가 가는 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간다.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몇몇 대원들이 모인 대책회의가 겨우 열렸다. 포기하자는 사람, 아침 8시 이렇게 이른 시간에 포기 할 수 없으니 갈 때까지 가다가 탈출하자는 사람 등 논의 끝에 여기서 다시 진입하는 것은 포기하고 삽당령에서 상황을 보아가며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백봉령 휴게소에서 버스를 부른다. 대다수의 말없는 대원들은 산행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또 산행을 하자고 한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2012. 02. 04 09:30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늘 산행의 중간 중요 포인트인 삽당령에 도착했다. 여기서 러셀이 되어있으면 닭목재까지 13km를 다시 간다고 한다. 최소 13시간 이상 걸리는 구간을 다시 간다고 하니 내키지 않지만 다행히 러셀이 되어있지 않아 닭목재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거리가 짧아 불만인 대원들의 성화에 석병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자고 한다. 산이 경고를 보내오고 있다. 위험하니 올라오지 말라고 하지만 산의 외침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부득부득 올라 간다. 안전사고가 걱정이다. ○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가기 싫은 표정이 역력한 대원들을 휘몰아 간다. 대다수의 대원들은 분위기에 이끌려 할 수 없이 몸을 다시 움직인다. 어느 순간 계획에도 없는 시간의 여유가 주어지니 그 여유를 즐길 줄 모른다. 그 순간에도 오로지 산, 산을 오르는 일만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산행 10시간을 못 채우면 큰일이라도 나듯이 불안해 한다. 이런 모습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길들여져 있는 관성이다. 학창 시절에는 등 하교, 군내에서는 기상 취침, 직장에서는 출 퇴근의 반복이고, 주부들은 빨래하고 밥하고 똑 같은 일을 숙명처럼 똑같이 반복해 왔다. 그러다가 상황이변하여 어느 날, 어느 순간 풍성한 시간이 주어지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관계망(網)에 갇혀 살아온 삶에 인이 박혀서 주어진 자유로움의 여유를 즐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어진 몇 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이 올라오지 말라고 경고를 주는 산을 오르는 것뿐인지 알 수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두리봉을 향해서 산을 오르고, 남은 몇몇은 오수를 즐기기도 하고, 나는 카메라 둘러메고 뷰파인더 속에 펼쳐진 설경에 빠져든다. 정해진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불굴의 모습도 아름답다. 그러나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은 더 아름답다. 절대로 넘기면 아니 되는 데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번 구간은 안 한 것을 한 것으로 하고 건너 뛰기로 한다. 우리 스스로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다. 오세영 님의 「그릇 1」을 읊어본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깨졌다는 것은 끝이기도 하지만 시작이다. 깨어졌음에도 깨진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깨어진 그릇의 모와 날이 당신을 겨냥하고 상처를 입힌다. 새로운 시작만이 날카로움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끝) (붙이는 글) 산행기는 논픽션(nonfiction)이다. 사실에 근거하여 약간의 개인적인 느낌을 담았을 뿐이며 결정된 결과와 행동에 간섭하거나 평가할 의향이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위 내용들은 저 자신에게 하는 내면의 소리니 오해 없으시기 바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멋진 리딩을 해주신 천문대장께 이 글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분들~ 2012.02. 04 Mabre 마바르 눈 내리는 백복령에 도착 ['마바르'형님 촬영]
      들머리 출발 ['바위산'형님 촬영]
      처음부터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레쎌을하며 오른다. ['마바르'형님 촬영]
      ['비둘기'님 촬영]
      우째! 이런 일이! 길을 잃어 갈고개로 내려오고 말았다. ['마바르'형님 촬영]
      도로 아래 집 주위가 온통 눈밭이다. ['마바르'형님 촬영]
      42번 국도를 따라 내려온다 ['마바르'형님 촬영]
      ['마바르'형님 촬영]
      진짜 눈 많다!!!['마바르'형님 촬영]
      42번 국도변 주유소와 편의점 안에서 몸을 녹이며 버스를 기다린다. ['바위산'형님 촬영]
      삽당령에 도착하여 거꾸로 두리봉,석병산 방향으로 출발
      두리봉 오르는 등산로는 앞선 다른 팀이 레쎌을 해 놓아 수월하게 오른다 ['바위산'형님 촬영]
      '후미'대장님 ['바위산'형님 촬영]
      ['하얀소'님 촬영]
      ['하얀소'님 촬영]
      ['하얀소'님 촬영]
      돼지띠 ['하얀소'님 촬영]
      두리봉 정상의 벤치
      두리봉에서 삽당령으로 회귀
      삽당령의 다음 구간 들머리
      ♬ 산다는 것은 / 김종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