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차(11.02~12.05)

제16차 16구간(벌재-죽령)

실미도 2011. 9. 20. 13:55
      ▲▲▲ 제16차 16구간 (벌재-죽령) ▲▲▲ o 산행일시 : 2011년 09월 16일(금) - 09월 17일(토) (무박2일) o 산행인원 : 그린산악회 산우님 36명과 함께 o 산행코스 : 벌재-문복대-저수재-배재-싸리재-뱀재-묘적령-묘적봉-도솔봉-죽령 o 산행거리 : 약 26.24㎞ (종주누계거리 408.02km / 백두대간 거리 734.58km 55.54%) o 산행시간 : 02시10분 - 12시15분 : 10시간05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o 산행날씨 : 맑음/안개/흐림 시계는 불량 산행 진행도1.
      산행 진행도2.
      02:10 벌재 들머리 출발 03:28 문복대(1,074m) 04:18 장구재(임도, 오미자길 표지판) 04:32 저수령(850m) 05:08 촛대봉(1,081m) 05:24 투구봉(1,080m) 05:40 시루봉(1,110m) 06:22 배재 06:43 싸리재 07:08 흙목정상(1,070m) 07:22 고압송전탑 08:02 헬기장(흙목정상 2.2k, 초항 1.8k, 솔봉 1.95k) 08:20 솔봉(1,021m) 08:37 모시골 정상 08:41 1,011봉 08:49 1,027봉 09:05 1,015봉(우측은 고향치, 모래내로 하산길) 직진해야한다. 09:09 묘적령 09:28 묘적봉(1,148m) 10:14 도솔봉(1,314m) 10:50 삼형제봉(1,261m) 11:26 1,291봉 11:50 샘터(죽령 1.3m, 도솔봉 4.7k) 12:15 죽령 휴게소 날머리 도착 [대간종주를 함께하는 '대간길' 산방 "마바르" 형님의 산행후기를 허락을 받아 옮긴다]
        ◈◈ 삼도봉과 삼두마애불의 간절한 염원(念願) ◈◈
      - 白頭大幹 북진 16차 (벌재~죽령 28km)- 「내일 백두대간, 사당 밤10시 30분, 복정 밤11시 입니다. 낼 반갑게 뵙겠습니다」라는 천문대장의 문자 메시지로 백두대간 산행은 시작된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으나 무엇부터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산에 가자는 메시지 한 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래, 내일은 대간 가는 날이지? 갑자기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산행 준비물이야 허구한 날 하는 것이기 때문에 1박2일 정도의 산행은 2~30분이면 떠날 준비가 갖춰진다. 그러나 산행하는 지역의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산행지도, 산행후기, 지역에 대한 사료(史料)를 읽고, 공부하는 것은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추석연휴 등으로 맥 놓고 있다가 뒤 늦게 서두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도 「오늘이 내일이었으면~」하는 심정이다. 금요일 아침 「마무리 잘 하시고 이따가 뵈어요」-천문- 「오늘은 좋은 날, 하루 일 멋지게 하시고 저녁에 뵙겠습니다」-바위산- 「오늘은 소중한 백두대간 가는 날, 걍~ 즐겁다」-매뉴얼- 「천지개벽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대간 가는 날」-에코- 「후다닥~ 총 총 총~ 내도 미쳐가요」 -거보- 「즐거운 마음으로 대간 길에서 뵙겠습니다」-로하스- 「마음은 벌써 청정 산중에 머물고 있네요」 -정다운- 「가시는 길 곳곳에 에어컨 설치」-고내리- 「지지배배~ 지지배배~ 호호」-아끼라- 이 정도면 능히 미친 수준이다. 이른 아침부터 아드레날린이 끓어 올라 전율하고 있는 이들 때문에 백두대간 산행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 한번 정해지면 천지개벽, 기상변화에 관계없이 무조건 가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쉬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간다. 오늘 가는 구간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 작성리 벌재(608m)에서 출발하여 문복대(1,074m)~저수령(853m)까지는 지난 구간과 같이 동진하다가 저수령부터 방향을 틀어 촛대봉(1,80m) 솔봉(1,102m) 묘적봉(1,148m) 도솔봉 (1,314m) 삼형제봉(1,254m)을 넘어 죽령(竹嶺 704m)까지 북 동진하면서 약 28km를 간다.   ○ 새벽, 휴게소에서 하는 일 대간이 진행 될수록 고속도로 이용 노선도 점점 북 동진한다. 벡두대간 초반 지역인 지리산, 덕유산 권역은 경부선(중부), 통영~대전, 무안~광주 노선을 이용하다가 추풍령 권역은 경부선(중부), 속리산과 월악산 권역은 경부(중부)선, 중부내륙, 당진~영덕선을 이용하다가 오늘 가는 구간인 소백산 권역부터는 중부선, 영동선, 중앙선을 이용하여 간다. 새벽 1시 30분에 들린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 정경은 한마디로 을씨년스럽다.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 시간이라도 몇몇 손님은 있지만 이곳은 우리 일행들뿐이다. 우리들 때문에 피곤한 휴게소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 것이 조금 미안하지만 썰렁한 분위기 탓인지 이용하는 대원들이 별로 없다. 평소 같으면 미리 준비해온 김밥, 떡, 빵 등 간식과 야식을 시켜서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나눠먹었는데 오늘은 영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허구한 날 여성 대원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고는 했는데 이것이 끊어지니 2주일 마다 서는 장도 서지를 않는다. 다음부터는 남성 대원들이 답할 차례다.  첫 번째로 다음 야식은 내가 준비해 가야겠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휴식은 운행 거리에 관계없이 산행을 시작하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서 약 30분 가량 휴식한다. 휴식시간 동안 잠도 깨고, 화장실도 들리고, 간단한 식사와 산행준비 등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도 사람마다 개성차이가 확연하다. 가장 부러운 부류가 계속 잠을 자는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오는 동안에도 잠 못 이루다가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부산하게 움직이거나 아니면 따로 또 같이 조용히 자기가 필요한 일만 한다. 오는 동안 차 안이 덥다느니 춥다느니 불만이 백인백색이지만 대부분은 인내하면서 버스에 다시 탑승한다. ○ 달맞이 꽃이 피어있는 들목재(750m) 새벽 2시 10분 벌재 지난번 구간 황장산에서 벌재로 내려 올 때에는 감시 초소를 지키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서 이들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하산하다 보니 벌재 풍경이 생경하다.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선생 노릇 한다」는 말이 있지만,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는 새벽 벌재에서의 약간 소란스러운 광경이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일기예보와 달리 하늘은 맑고 기온은 선선하다.   밤하늘에는 하현으로 넘어가는 반쪽 보름달과 금성이 나란히 반짝인다. 달과 별을 바라보며 강관을 휘어서 만든 터널을 오르면서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자 이내 평탄한 산길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올라간다. 사방이 깜깜한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822봉을 지나 해발 750m의 들목재에 내려서니 그 가장자리에는 해가 지고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 꽃이 달 빛 아래에 환하게 피어있다. 달맞이 꽃이 바라보는 곳을 올려다보니 벌재를 비추던 반쪽 보름달과 금성이 여기까지 따라와 웃고 있다. 모든 꽃들은 해를 보며 꽃을 피우는데 달을 보며 꽃을 피우는 노란 달맞이 꽃, 그 자태가 너무 고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 꽃에는 나비와 벌 대신 밤에만 활동하는 「박각시」라는 큼지막한 나방이 찾아온다니 자연의 경이로움과 깊이는 알 수 없다. 달맞이 꽃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기도 전에 가파른 오르막이 앞을 가로 막는다. 오르고 내려가고 그러다가 바위가 듬성듬성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문복대라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벌재를 출발한지 1시간 15분만이다. 문복대는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지나 문경지역으로 들어오면서 맨 처음 품은 산이다. 운봉산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백두대간 길목에 서서 복(福)을 불러오는 문(門)과 같은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것 만으로도 큰 복으로 여겼던 들목이 사람들의 믿음과 바램이 느껴진다. 복이 들어오는 그 길을 우리는 거슬러 올라간다. ○ 저수령(低首嶺  850m) 문복대에서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후미가 도착하자마자 선두는 다시 출발한다. 밤 길이라서 선두, 후미 전 대원이 같이 간다고 하더라도 37명의 대원들이 산 길을 가다 보면 선두와 후미와 2~300m 차이는 자연스럽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큰 문제는 없지만 겨울이 되면 선두는 선두대로 추운 산 정상에서의 기다림과 후미는 후미대로 고통이 따른다. 이런 어려움은 서로 이해하고 극복할 수 밖에 없다.    문복대, 옥녀봉지나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면 비닐하우스 구조의 터널을 지나자마자 장구재가 나타난다. 장구재에는 가을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10여분을 더 가면 포장도로가 나타나는데 여기가 저수령이다. 저수령은 행정적으로 충북 단양군 대강면 울산리와 경북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를 남북으로 연결하고 있는 고개다. 옛날에는 길도 험하고 숲이 우거져 지나가는 사람들이 절로 고개를 숙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름도 무색하게 2차선 포장도로가 나있고, 고개 정상에는 교통량에 어울리지 않는 큰 휴게소, 팔각정, 단양군과 경상북도에서 경쟁적으로 각각 세운 집채만한 정상석이 서 있다. 이런 곳에 저런 시설물들이 들어선 이유에 의아해 하면서 다시 갈 길을 간다. 이런 것들이 전부다 국민들이 낸 세금인데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자연을 훼손한 현장이다. ○ 봉, 봉, 끝없이 이어지는 봉(峰) 저수령에서 올라서자마자 아주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오르막 내리막 상관하지 않고 나타나는 길 따라 20여분을 올라서니 촛대봉이 나타난다. 아직도 사방이 깜깜하여 산 형상이 촛대를 닮았는지 촛불을 닮았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부터 능선은 흙 길이다.    촛대봉, 투구봉, 시루봉 그리고 사이사이 고만고만한 이름도 없는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걸어간다. 헬기장도 지나고 잣나무 숲도 지나서도 부더러운 흙 길과 봉우리는 이어진다. 능선은 울창한 숲에 파묻혀 일출이 지나서도 어두컴컴하다. 그러다가 배재를 지나서 유두봉에 올라서니 여명의 어스름도 없이 해는 벌써 산 위로 불쑥 솟아있다. 바람은 잠잠하고, 멀리 단양 방면에서 안개가 일기 시작한다.      숲이 우거져 공기는 맑아 상쾌하지만 조망은 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능선이 뚫어놓은 길과 간간히 보이는 하늘, 그리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숲뿐이다. 37명이 같이 앉아서 식사할 공간마저 찾기 힘들다. 공터를 찾아 싸리재, 흙목, 송전탑을 지나 1시간 이상을 헤맨 끝에 결국은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길 양 옆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다. 너무 시장하여 불편한 자리를 감수하고 대여섯 명씩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나서 5분도 가지 않아 아늑한 멋진 헬기장이 나타난다. 지나고 나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 도솔봉(兜率峰 1,314m)에 올라 마음을 씻고 이어지는 솔봉(1,103m) 모시골, 1011봉, 1027봉을 지나서 묘적령까지 부더러운 흙 길이 계속된다. 묘적령에 내려서니 가는 방향 오른쪽에는 「이 곳은 백두대간 길이 아닙니다(고향리 하산 길)」이라고 써 붙인 팻말이 보이고 가는 방향으로는 입산금지가 붙어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백두대간 길은 입산금지로 표시된 길이 제대로 된 길이다. 그래서 거리낌없이 입산금지 표지를 넘어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선다. 여기 묘적령부터 소백산이 시작되고, 육산(肉山)에서 골산(骨山)으로 바뀐다. 오늘 산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 전망이 트인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조망도 잠시, 순식간에 차오른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밧줄도 타고 내리고, 바위를 타고 올라서니 묘적봉에는 돌무더기와 바닥에 동판으로 묘적봉임을 알림과 동시에 도솔봉 가는 방향도 세겨놓았다.    묘적봉을 지나서부터 바람도 제법 불고 간간히 빗방울도 떨어진다. 사방은 짙은 안개가 깔려 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할 수 없다. 도솔봉을 오르는 계단도 올라서고 전망이 좋은 바위에 올라섰지만 오늘은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위틈에 피어난 쑥부쟁이 꽃을 뒤로하고 도솔봉에 올라섰다. 정상석은 헬기장에도 있지만 진짜 정상은 한자가 멋있게 새겨진 표지석이 있는 곳이다.    도솔봉은 영주 부석사의 안산(案山: 풍수지리에서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 편에 있는 산)으로 따로 떼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부석사에는 두 개의 안대가 있는데 범종루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가까이 있는 안산이고, 무량수전이 바라보는 주산이 도솔봉이다. 무량수전 마당 끝에 서있는 안양루에 올라 바라보는 이 곳 도솔봉은 먼 천상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불교의 화엄교리로 펼쳐진 세계를 연화장세계라고 한다. 그 부석사에서 이 곳 도솔봉 방향의 능선과 산세의 형국을 연화장 세계에 비유하여 설명되곤 한다. 그래서 소백산의 봉우리 이름이 묘적봉, 도솔봉, 연화봉으로 지었듯이 이곳 도솔봉도 부처가 될 보살이 머무는 곳이라는 도솔천에서 이름을 따온 모양이다. 이곳 도솔봉 정상에서는 안개가 끼어있지 않더라도 부석사가 보이지 않지만 그 위치를 가름하여 바라본다. 그리고 서암스님의 말씀을 떠 올리며 속세의 더러운 마음을 씻는다.    착한 일을 하면 착한 것이 모양은 없지만 착한 생활이 항상 자기 그림자 되어 마냥 따라 다닙니다.   그것이 업(業)입니다.   올 때도 빈 주먹 갈 때도 빈 주먹 따라 다니는 것은 오직 평생 동안 살았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 삼형제봉(1,254m) 가는 길 도솔봉(1,315m)이 이번 구간 중에서 가장 높고, 죽령까지는 해발고도 차이도 약 500m 정도되고, 남은 길도 (28km중) 5.5km 밖에 남지 않았다고 또 삼형제봉을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도솔봉을 내려서는 길도 아주 가파르다. 길은 바위 길, 안개로 앞은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내리막인데 봉우리가 계속 나타난다.   삼형제봉이니 봉우리 3개만 넘으면 되는 줄 알고 처음 나타나는 제법 높아 보이는 봉우리 3개를 호기있게  넘었더니 또 다른 봉우리가 안개 속에 나타난다. 그간의 경험을 감안해서 2배수인 6~7개는 당연한 줄 알고 별 느낌 없이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서니 제법 긴 내리막이 나타난다. 모두들 삼형제봉을 다 넘은 줄 알고  긴장을 풀고 내려간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거대한 산이 안개 속에서 불쑥 나타난다. 이것이 삼형제봉 중에서 마지막 봉우리니 큰 봉우리 행세를 하는 줄 알았다.   누군가 「저것이 삼형제봉 끝이죠?」묻기에 「그런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동의하고 사늘하게 식어가는 엔진을 다시 가동시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오르막을 이를 악물고 올라섰더니 거대한 봉우리가 안개속에 줄줄이 이어진다. 오호 통제라, 이 봉우리가 삼형제봉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던 것이다.  가수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노래가 생각난다.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삼형제봉을 완전히 벗어나면 산죽 군락지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가 오르막 없는 내리막이다. 안개 속에 파란 산죽은 푸르름을 자랑하고 내리막은 완만하다.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산죽 밭 속에는 투구꽃, 물봉선이 피어있다.  어느 사이 삼형제봉을 오르면서 느꼈던 그 막막함은 사라지고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죽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이어지는 샘터에서는 꿀맛 같은 물도 마시며 내려간다. 죽령까지 이어진 낙엽송 숲길도 산허리를 감고 돌면서 내려간다.   죽령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다. 13시간을 각오하고 출발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11시간 20분만에 종주했다. 버스 안은 삭아가는 오징어 냄새가 진동하지만, 풍기 온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에서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다음 날인 일요일, 또 배낭매고 집을 나선다.    일요일은 어제의 산행을 그리며 후기 글을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친구들과의 정기 산행이 있어서 오늘은 그럴 수 없다. 경기도 가평의 부발산과 호명호수 산행 14km를 끝내고, 뒤풀이 집에 앉아 닭갈비가 익어가는 동안 소맥 폭탄이 돌아간다. 처음 한 잔을 마실 때에는 후기 글 생각에 조금 망설였지만 한 잔이 두 잔 되고 그러다가 석 잔을 넘어서고부터는 소맥이 넘어가는 속도까지 빨라진다. 기분 좋은 산행과 뒤풀이까지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다. 창 밖 가을 밤은 깊어가고 후기는 진도가 마냥 느리다. 초고(草稿)를 겨우 끝내고 보니 시간은 새벽 3시30분, 이틀 동안 40km 이상을 산행한 뻐근함이 피로와 함께 밀려온다  (끝) 2011.09. 17 Mabre 마바르 들머리 표지석
      들머리 출발직전 대오정렬 ['비둘기'님 촬영]
      평상시에는 오를 수 없는 곳으로 생소하다.
      암봉 위에 설치된 문복대 정상표지석 ['하얀소'님 촬영]

      임도와 만나는 장구재
      보름이 지났지만 환한 달빛과 별들이 총총한 저수령 ['하얀소'님 촬영]

      촛대봉에 도착했는데도 어둠이 걷히질 않는다. ['하얀소'님 촬영]

      촛대봉의 이정표지목
      투구봉 정상표지판
      누군가 설치한 알림판 덕분에 시루봉임을 알 수 있다.
      별이 총총해 멋진 일출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흐려져 아쉬움만...
      싸리재
      흙목정상에서 '정다운' 형님과 ['하얀소'님 촬영]

       

      헬기장
      솔봉-이번 구간은 '봉우리'도 많고 '재'도 많기도 하다.
      모시골 정상
      1,011봉 정상,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지도에는 1,027봉으로 표시되어 있고 역시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1,015봉인 이곳에서 직진해야 묘적령이고 우측으로 진행하면 고항치, 모래재로 하산길이다.
      ['하얀소'님 촬영]

      1,015봉 넘자마자 묘적령에 도착
      20여분 된비알을 치고 올라 도착한 묘적봉
      선두그룹 떼사진 ['하얀소'님 촬영]

      안개가 자욱한 도솔봉을 오르는 줄줄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 ['하얀소'님 촬영]

      남진때 없었던 등산로 정비를 해놓아 힘들지 않게 도솔봉에 오른다. 계단을 오르는 '하얀소'님
      등로가 포장도 되고, 난간도 설치되어 있다.
      헬기장에 새로이 설치된 정상표지석 ['하얀소'님 촬영]

      원 정상에 오르는 등로도 계단으로 새단장이 되어 있다.
      ['하얀소'님 촬영]

      샘터에 있는 이정표지목과 뒤편에 돌무더기와 추모글이 새겨진 판이 설치되어 있다.
      암반에서 나오는 샘의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다. 동네분 설명이 동쪽을 향해 있어서 더욱 좋다한다.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의 경계인 죽령 날머리에 도착.
      죽령 휴계소
      ['박행기'기사님 촬영]
      '들풀' 형님과 ['하얀소'님 촬영]
      '하얀소'님과 ['들풀'형님 촬영]
      ['하얀소'님 촬영]
      하산후 '들풀'형님과 맥주를 메고 샘터까지 후미 마중 산행을 올라갔다. ['바위산'님 촬영]
      그리움만 쌓이네 / 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