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차(11.02~12.05)

제2차 4구간 (복성이재-육십령)

실미도 2011. 3. 6. 20:57
      ▣ 제2차 4구간 (복성이재-육십령) o 산행일시 : 2011년 03월 04일(금) - 05일(토) (무박2일) o 산행인원 : 그린산방 37명의 산우님과 함께 o 산행코스 : 복성이재-봉화산-광대치-중치-중고개재-백운산-덕운봉-깃대봉-육십령 o 산행거리 : 30.91km (종주누계거리 52.39km/백두대간 거리 734.58km 7.13%) o 산행시간 : 04시15분 ~ 14시43분 : 10시간 28분 (식사, 휴식시간 포함) o 산행날씨 : 맑음 산행 진행도1
      산행 진행도2
      산행 진행도3
      04:12 복성이재 들머리 출발 04:36 치재 05:33 봉화산 05:50 봉화산 쉼터 05:58 무명봉 07:19 광대치 07:43 월경산 갈림길 08:17 중치 08:59 중고개재 09:55 백운산(1,278.6m) 11:04 선바위고개 11:47 덕운봉 12:55 북바위 13:18 민령 13:53 깃대봉(구시봉) 14:02 깃대봉 샘터 14:43 육십령 휴계소 도착 [산행기는 북진을 함께하는 '대간길' 산방의 "마바르" 형님 후기를 허락을 받고 옮긴다] 풍류와 멋의 고장 남원을 뒤로하고~ - 白頭大幹 북진 2차(복성이재~육십령 : 31km )- 이번 구간은 복성이재~봉화산~백운산~영취산~육십령까지 31km다. 731번 지방도로에 위치한 복성이재는 행정구역상 전라북도 장수군과 남원시의 경계지점이다. 산행은 봉화산까지는 장수군과 남원시 경계 능선을 따라서 가고, 이후부터 육십령까지는 장수군과 경상남도 함양군 경계 능선을 따라 쭉 북진한다.   이 구간의 산행방법은 두 구간으로 나누어서 하거나 아니면 중기마을에서 민박하고 1박2일 일정으로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한번에 간다.   초반기에 강도 높은 산행을 하면 힘은 많이 들겠지만 이를 극복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전반적인 산행이 쉬워진다.   다만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긴 산행인 만큼 노름판 속담처럼 “초장 끗발 개 끗발”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산행 잘하고 경험 있는 분들이 먼저 배려하고, 스스로 2%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이에 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판소리 가락이 들리는 복성이재 옛날 삼국시대의 토성 터로서 신라와 백제간에 장기간 동안 벌어졌던 전쟁의승패를 점친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일설이 있는 복성이재에 도착(04:10)하니 칠흑 같은 어둠이 가로막고 있다.          오늘은 음력 그믐으로 달이 전혀 보이지 않는 날이지만, 모든 귀신들이 하늘로 보고하러 올라가서 땅에는 귀신이 없는 날이라고 하니 어둡다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옛날부터 이를 믿는 사람들은 귀신이 없다는 손 없는 날(음력으로 끝수가 9, 0 인 날)을 길일이라 하여 이사, 혼례 날, 개업하는 날 등 각종 택일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손 있는 날인 음력 1~8일을 피하여 택일을 정한다.   사람은 5일 일하고 이틀 쉬고, 귀신은 야간 근무 8일하고 이틀 쉬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죽어서 귀신 되어 중노동 하지 않으려면 살아 있을 때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 한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심하지만 앞사람 꽁무니 따라 줄줄이 따라간다. 이번 구간 중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광대치까지 어두움 속에서 통과해야 하므로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복성이재에 곧이어 나타나는 첫 봉우리에서 치재가 있는 계곡은 온통 철쭉군락이다. 사람 키보다 큰 철쭉나무 터널을 허리 굽혀 통과하면 철쭉을 조망 할 수 있는 조망대도 폼 나게 세워져 있지만 어둠이 장막을 치고 있어 무용지물이다. 보이지 않으므로 잔설이 간간히 남아있는 길을 그냥 통과한다.   그러나 어둠 속에도 38개의 랜턴 불빛은 오솔길 따라 살아 앞뒤로 움직인다. 산행에 참석한 사람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불빛 행렬에 자작시 한 수 없을 소냐!   랜턴 켜고 길 밝히며 스스로 배우 되고 연출자 되어 대간 능선에서 불춤을 춘다.   새벽안개로 드라이아이스 깔고 거친 숨소리로 추임새 넣어가며 꼬부랑길 따라가며 불춤을 춘다.   발자국 소리로 연주하고 별빛으로 조명 비춰가며 스스로 관객 되어 환호한다   불빛 비치는 곳마다 감춰진 자연 열리고 지나간 자리마다 1막 닫힌다. 오늘 밤같이 어두울 때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네 가지 눈인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 영안(靈眼) 중에서 심안(心眼)으로도 보아야 하지만 실력이 그에 이르지 못한다. 작년 가을 남진할 때 기억을 더듬어 아쉬운 대로 뇌안을 작동시켜 보지만 그 놈의 성능이 갈수록 떨어져 낡은 필름처럼 중간중간 끊어진 것이 많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철쭉으로 유명한 봉화산 (烽火山  : 919m) 꼬부랑재 다리재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나타나는 봉화대가 있는 곳이 봉화산 정상이다. 날씨가 차가워서 장갑도 두꺼운 놈으로 갈아 끼고 겉옷도 다시 걸친다. 정상에는 철쭉나무는 없지만 무명봉까지 사방으로 전망이 확 트여있다.   부드러운 능선에는 억새 밭이 길게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오솔길도 나 있지만, 어둠이 아름다운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어둠이 막고 있어 볼 수 는 없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런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봉화산 풍경을 보고 읊은 “봉화산” (1991년 권경엽 발표) 시 한 수로 느낌을 대신한다.    봉화산 고개마루 억새 밭 넓고 억새 밭 사이 오솔길 따라 칠백리 능선 길 나그네 간다 휘여 휘여 쉼 없이 가다가 보면 이름 모를 영마루에 첫눈 오리라. 옛사랑의 화신같은 첫눈 오리라 봉화산 굵은 등성이 첫눈에 덮히면 옛사랑은 그날처럼 다시 떠나리니   무명봉을 통과하니 동녘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떠오르는 햇살은 용트림하듯 힘차게 솟아오른다. 저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도 촬영하고, 소망을 빌어본다. 어떤 소망을 빌었을까? 여기까지는 고도 차이가 완만한 능선 길로서 전원이 여유롭게 진행한다. 광대치에서 월경산 오르는 오르막이 오늘코스의 1차 난관이지만 순조롭다. 달이 거울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월경산(月鏡山, 982m)은 대간 종주능선에서 왕복 10분 정도의 거리에 비켜나 있지만 갈 길 바쁜 종주자들이 들러서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면 볼품없어 실망스럽다. 아마도 보름달 뜨는 한 밤에 올라가야 그 멋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 동명이산(同名異山)들 중 가장 높은 백운산(1,278m) 월경산에서 가파른 북측 내리막은 눈이 쌓여있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고 2km 정도 내려오면 중치가 나타난다.  민박을 하려면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서 나타나는 중기마을에서 하면 되고, 남진을 할 때에는 중치에서 1.8km 북쪽에 있는 중고개재에서 내려가면 차도가 인접해 있어서 용이하다.   중치 지나서 나타나는 첫 봉우리에서 옹기종기 모여 아침을 먹는다. 선채로, 쪼그리고 앉아서, 엎드려서, 휴대용 의자에 앉아서, 다양한 자세로 온갖 간편한 음식을 저마다의 식성대로 먹는다.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아침도 건너 뛰고서 먼저 출발하는 사람, 먹다 말고 따라가는 사람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느긋하게 먹던 사람들도 마음이 급해진다. 맛 보다는 산행을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음식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중치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고도차이가 630m, 거리 5.2km로 이번 구간 중 가장 가파르고 힘든 코스다. 작년 가을 이 길을 내려올 때는 중치에서 조금 올라가서 나타나는 묘지 옆에서 선두가 못 따먹은 손 닫지 않는 곳의 으름도 구경하고, 다리 아픈 친구와 여유롭게 내려왔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으름을 두고 사람들은 성적인 상상을 한다. 벌어지지 않은 열매는 발기한 남근을, 벌어진 다음에는 여성의 거시기를 연상케 한다. 옛 사람들은 으름을 임하부인(林下婦人) 이라고도 불렀는데 보는 눈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으름을 한번도 보지 못한 분들은 올 가을에 실물을 꼭 한번 보시라.   힘든 것을 잊으려고 별 생각을 다해 보지만 숨은 턱에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진다. 머리 속도 점점 하얗게 되어간다.  오로지 정상만 나타나기를 학수고대 하지만, 오르고 또 올라가도 오르막 끝은 보이지 않는다. 후미에서 일행 한 분이 다리에 쥐가 나 후미대장과 같이 탈출한다는 등 무전기도 숨가쁘다. 할 수 없이 천문대장이 후미를 맡고, 내가 선두 대장을 맡아 산행을 진행한다.   입술은 마르고, 다리는 한 발도 올라서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몇몇 사람은 하얗게 변한 얼굴로 길 옆으로 비켜서서 거친 숨을 몰아 쉰다. 이럴 때에는 콧구멍도 좁고, 폐활량도 작다는 생각도 든다. 쉬지 않고 그렇게 1시간 이상을 오르고 나서 시야가 뜨인다.   여기가 백운산 정상이다. 전국 30여 개의 같은 이름의 백운산중에서 가장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남북으로 이웃하고 있는 지리산과 덕유산의 유명세에 눌려서 그런지 이름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처럼 흰구름(白雲)이 걸릴 수 있는 산은 이 산 뿐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도 거칠 것이 없고, 남도의 명산들도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계구우후(鷄口牛後 : 소 꼬리 보다 닭 대가리)란 말이 떠오르는 건 어절 수 없다. 재주는 타고 났으나 줄 잘 서지 못하고,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해서 자기 능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을 누굴 탓하랴. 사람 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다행히 백두대간 마루금에 자리잡고 있어서 대간 꾼들은 다른 큰 산들과 똑같이 차별 없이 올라야 함을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 금남호남정맥 시발점인 영취산 (1,090m) 백운산에서 육십령까지 고도차이가 별로 없는 산과 봉우리들이 내리막에 이어져 있지만 내려오는 산길이 응달이고 쌓인 눈이 녹았다 얼어붙어 빙판길이다. 바위능선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잡목과 산죽이 듬성듬성 서있는 능선을 한동안 가다 보면 싸리나무 군락지도 지난다.   이어서 나타나는 삼거리가 선바위 고개(삼거리)다. 이번 구간을 2구간으로 나누어 출발할 때 두 번째 출발지인 무령고개가 700m 아래에 있고, 가던 능선을 400m 더 올라서면 나타나는 봉우리가 영취산이다. 진달래로 유명한 그 영취산은 아니지만 백두 대간에서 가지치고 벋어 나가는 금남호남정맥의 시발점이다.   금남호남정맥을 따라가면 장안산, 마이산, 내장산, 무등산까지 전라남북도를 두루두루 갈 수 있으니 꼭 한 번 가야겠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어 주말 무박 코스로 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꺼번에 몰아서 갈 생각이다. ○ 山竹을 헤치며 북바위까지 영취산을 지나고 보니 오늘 산행도 2/3가 지나고, 지루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드문드문 있던 산죽이 덕운봉 갈림길부터는 군락을 이룬다. 사람 키보다 더 크고 쭉쭉빵빵한 몸매를 자랑하는 산죽이 1km 가까이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다. 백운산에서 구시봉까지는 산죽 군락지다.   지금은 사라진 풍속이지만 산죽(조리대)하면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서 복조리 장수들이 가가호호 돌면서 "복조리 사려!”외치면서 복조리를 팔고 사는 풍경이 그려진다. 옛날 어머니들은 복조리를 사서 동전과 엿을 담아 실타래로 묶어 벽에 걸어 놓고 가족의 재복과 무병장수를 빌었다 한다.   복조리는 아낙네들의 전유물이니 여자들이 사고, 남자들은 정월 대보름이 지난 장에서 복갈퀴를 샀는데 이는 복을 갈퀴처럼 긁어 모은다는 의미라 한다. 이렇게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속은 왜 사라졌을까?  쓸모 없는 생각도 하며 걸어간다. ○ 승리의 북소리를 염원하며 육십령으로~ 전체적으로 내리막 이지만 높고 낮은 봉우리를 셀 수 없이 오르고 내려오다 보면 전쟁에서 승리하면 북을 울렸다고 하는 북바위가 나타난다. 가까이 봐서 모르겠지만 북같이 생기지는 않았다. 실제 북 소리가 나는지는 북을 울릴 기회가 없으니 알 수 없다. 왼쪽 아래에는 대곡호도 보인다. 이어지는 억새 밭과 민령 능선 아래로 중부고속도로 육십령 터널이 통과하는 지점을 지나고 나니, 깃대봉을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이 태산처럼 막아 선다. 벌써 30km 이상 달려와서 체력이 고갈되어 조그만 높이도 힘겨운데 1km이상을 올라가야 한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어찌하리, 바보처럼 땅만 보고 걸어간다. 육신은 여럿이 같이, 영혼은 혼자서 걷는다. 정상인줄 알고 죽을 힘을 다해 올라서 보니 정상이 아니란다, 또 다른 봉우리에 올라서 물어도 그 놈 역시 비정상이다.   마음을 비우고 기쁜우리가 선창하는 “갑돌이와 갑순이” 를 따라 부른다. 음정 박자가 틀리면 어떠랴. 흥이 난다. 진짜 정상에서 기다리던 탱이하트가 추임새를 넣어준다 에헤야 디야~♪   구시봉에 올라섰으나 천문대장이 제시한 제한이 없는 제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가던 길을 그냥 간다.   길이 아닌 눈 밭을 가로질러 미끄러지듯 달린다. 남은 길 2.5km, 귀신의 농간인지 마음의 농간인지 길은 점점 늘어나서 줄어들지를 않는다. 두 걸음 나아가면 한 걸음 뒤로 돌아오는 길을 지루하게 내려간다. (끝) 2011. 3. 5 Mabare 마바르 1. 산행 소요 시간:  11시간 10분(후미 +50분) 2. 산행 거리 : ♣ 도상거리 31.5km   ♣ 실 거리 35km 3.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잠잠, 기온은 -3도~10도 들머리
      ♬ 아름다운 구속 / 김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