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진 제1차 3구간 (여원재-복성이재) ◈
◉ 산행일시 : 2011년 02월 18일(금) - 19일(토) (무박)
◉ 산행인원 : 그린산악회 산우님 36명과 나
◉ 산행코스 : 여원재-고남산-매요리-사치재-새맥이재-시리봉-복성이재
◉ 산행거리 : 약 21.48km(종주누계거리 21.48km/백두대간 거리 734.58km 2.924%)
◉ 산행시간 : 05시00분 ~ 12시03분 : 7시간 03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 산행날씨 : 맑음
▼ 산행 진행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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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진행도2
05:00 여원재 들머리 출발
06:46 고남산 07:00 출발
07:54 유치재
08:10 매요마을 08:55 출발
09:45 88고속국도 횡단
09:56 첫 헬기장
10:18 697봉
10:33 새맥이재
11:25 781봉
11:40 아막산성터
11:55 복성이뒷재
12:03 복성이재 날머리 도착
[산행기는 북진을 함께하는 '대간길' 산방의 "마바르" 형님 후기를 허락을 받아 그대로 올린다]
1. 시작이 반, 이제 천리(千里) 남았다!
- 白頭大幹 북진 36-4구간 (여원재~복성이재)-
「또 간다고? 미쳤군!」
대간을 다시 탄다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허락을 받았었고, 두 번째 남진할 때에는 양해를 구했지만 이제는「간다」라고
통(通)만 한다. 아마 다음부터는 간다고 알리지도 않겠지만, 상대방도 또 가느냐고 묻지도 않을 것이다.
자유로움에 흥이 절로 난다.
장거리 산행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생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 싶으면서도, 대간, 정맥, 기맥,
태극종주 등 일반인들이 할 수 없다는 힘든 장거리 산행은 기어이 하고야 만다.
개인적으로는 장거리 산행 중에서 대간 종주가 최고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어느 산을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끝난 지점에 이어서 휴전선으로 막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곳까지 무작정 가면 된다.
기분 내키면 다시 내려오고, 또 올라가고, 그러다가 번잡스러운 것이 그리울 때 그만두면 된다.
처음이 아닌데도 설레고 긴장된다.
작년 시월 말 왕복을 끝내고 삼 개월을 겨우 버티고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 백두대간 북진종주(약 750~1,000km)를 함께 도전하는 분들은 38명이다.
이분들 중 몇 분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모든 분들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해서, 종착지인 진부령에서 완주의 희열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버스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잠을 청하여 보지만 정신은 초롱초롱하다.
오늘 첫 구간은 지리산 천왕봉 아래 마을인 경남 산청 중산리에서 출발하여야 하지만 지리산 국립공원이
산불방지기간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지리산구역 3구간은 건너뛰어 다음에 하기로 하고,
여원재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백두 대간의 구간 수는 정하여진 것이 없고, 단체 산행하는 사람들의 산행 실력에 따라 보통 30, 36, 57
구간으로 획정하여 진행한다.
우리 팀은 36구간으로 계획했지만 장거리 산행에 적응되고, 선두와 후미간 호흡이 맞춰지고 산행 속도가
높아지면 몇몇 구간은 합쳐서 30구간 이내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구간(4구간)은 여원재~고남산(846m)~매요리~복성이재까지로 도상거리(지도상의 거리)가 19.6km
(실거리 20.5km)에 불과한 아주 짧은 구간이다.
백두대간 37구간 중에서 가장 쉬운 구간 중 하나로서 워밍업(warming up) 구간이다.
● 여인의 절개가 서려있는 여원재(여원치 ,女院峙 ,477m)
여원재는 고려 말 왜구의 희롱을 거부하며 자결한 여인이 산신이 되어 이성계의 전승을 도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남원 운봉과 이백면 사이의 24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다.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 고개의 해발고도(221m)보다 배 이상 높지만,
주변에 마을이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고지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평탄한 고개이다.
버스교체로 인하여 출발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늦어졌다.
05:00분 고남산 4.8km라고 새겨진 여원재 이정표를 뒤로하고 대장정의 첫 발을내 딛는다.
소나무 숲길에 들어서니 하얀 눈밭이 보름 달빛과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농로와 장교 마을을 끼고 돌아야 하기 때문에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앞사람만 무작정 따라가던 3년 전 첫 산행을 떠올리며 휘적휘적 걸어간다.
시골 마을 가로등 불빛도 멀어지고, 경사도가 점점 가팔라진다.
두런두런 들리던 말소리도 사라지고 거친 숨소리만 가득하다.
발걸음도 무거워지고 산행속도가 확연히 떨어진다. 한 발자국 내 딛는 것도 힘들다.
집에서 잠이나 잘걸, 후회와 갈등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뒤따라 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두에서는 쉬지도 않고 그냥 달린다.
숨이 막혀 쉬어가자는 말도 나오질 않는다.
산도 설고 물도 설은 야간산행이라 죽어라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탈출할까 말까 고민도 하지만 다들 가장 쉬운 구간이라고 떠드는 바람에 자존심 구기면서까지 티 낼
수도 없을 것이다.
● 태조 이성계가 산신제를 올렸다는 고남산(古南山, 846m)
숨이 끊어질 때쯤 능선에 올라서니 간간히 불어오는 찬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 진다. 고남산 정상이다.
거친 숨을 고르고 뒤돌아 보니 보름달과 능선 아래 남원시가지의 불빛이 새벽안개에 잠겨 가물거린다.
동쪽으로는 우뚝 솟아있는 지리산 능선 실루엣이 보이고, 일출이 임박했는지 부근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정상에는 통신 중계소에 자리를 양보한 정상 팻말이 비켜서있고, 10m 언덕 아래에도 집채만한 정상석이
어울리지 않게 세워져 있다.
고남산 빗물이 동쪽으로 흘러가면 운봉천과 남천 경호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가고, 북쪽으로는 요천을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 간다고 한다.
전북 남원의 어느 산자락에 내린 빗물이 한반도 동쪽 끝자락 부산 앞바다까지 흘러 간다니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서 경사가 완만한 소방도로를 건너서 산길로 접어들면 매요리 마을까지 솔밭이 이어진다.
길은 평탄하고, 양탄자 보다 더 푹신한 하얀 눈과 황금빛깔 솔갈비(떨어진 솔잎)가 번갈아 가면서 깔려있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솔갈비와 삭정이를 보니, 연탄도 보급이 안되었던 어린 시절 땔감을 하려고 삭정이도
줍고, 솔갈비를 긁어서 아궁이에 불지피던 생각이 떠올라 미소가 번진다.
다닥다닥 마른 솔갈비 타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는 듯하다.
오솔길 양 옆으로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에서는 새벽향기와 솔향기가 어우러져 뿜어져 나온다.
이 향기가 온 몸에 퍼지자 산을 오를 때의 고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온 몸의 신경들이 흥겨워서
춤을 춘다. 이 맛에 중독되면 그 어떤 명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 마루금에 피어있는 매요리(梅要里)
매화의 꿋꿋한 향기가 감도는 것을 보고 사명당이 작명했다는 매요리는 백두대간 마루금에 형성된 유일한
마을이다. 이름에 있는 매화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다가 보면 대간 꾼들에게 너무나 유명하고, 백두 대간의 유일한 휴게소인 매요 휴게소가
나타난다.
대간 종주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휴게소 사장님이신 할매가 끓여주는 라면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사발을
마셔야만 비로서 그 자격이 주어지고 완주도 공인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맛은 대한민국 최고다.
믿지 못하겠으면 휴게소 입구를 지키고 있는 들쭉나무에게 들어보라.
수백 개의 리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들쭉나무는‘할매가 주생에서 시집와서 슬하에 칠 남매를 두었고,
박복해서 중년에 신랑을 먼저 보냈고, 대령인 아들이 마련해준 가게를 지키면서 오고 가는 대간 꾼들을
벗하면서 그나마 말년을 즐기시고, 해가 바뀌어도 나이를 먹지 않고 언제나 72세(인터넷상)인 신순남 할머니,
요즘 건강은 어떻고, 싸가지 없는 등산객 이야기’등 묻지도 않는 이야기까지 줄줄이 들려준다.
자연을 내 몸 같이 아낄 줄 모르면 산에 오르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 88고속도로 넘어 복성이재까지
수다스런 들쭉나무 이야기를 뒤로하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산을 세네 개 넘고, 사치재와 88고속도로 수로를 통과해서 가파른
오르막에 올라서면 소나무 숲은 사라지고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 억새 능선이 펼쳐진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본다.
둘러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새가 되어 능선 위로 날아오른다.
부드러운 능선들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산에도 들에도 하얀 눈이 덥혀있다.
산자락 아래에는 산골 마을도 있고 넓은 들판도 펼쳐져 있다.
멀리 지리산 능선도 보이고, 지나온 마루금과 고남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억새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산자락 아래 88고속도로에는 조그만 차량들이 드문드문 오고 가고 지리산휴게소도 보인다.
어두운 겨울 산 색채는 엷어지고, 눈 덥힌 능선에서도 희미한 봄 빛깔이 묻어 나오는걸 보니,
봄이 남해바다 가까이 왔는가 보다. 다음 산행 때는 봄이 완연하리라.
새맥이재 부근부터는 다시 소나무 숲길과 잡목길이 이어진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는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응달에는 녹기 시작한 눈이 미끄럽다.
미끄러운 흙 길과 눈 길을 아이젠도 신지 않고 조심조심 걸어가지만, 여기저기서 엉덩방아를 연신 찧어댄다.
아이쿠, 엄마, 아버지 소리가 이어진다.
사리봉을 지나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남근석 바위를 지나면 진달래 군락을 만나지만 계절이 너무
빨라서 꽃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진달래 능선 비탈에는 눈이 깊게 깔려있다.
기차놀이 하듯이 무리 지어 미끄럼을 탄다. 옷이 젖어도 좋고,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가도 좋다.
어린아이가 되어, 소리 지르고 웃음 소리가 골자기에 울려 퍼진다.
이어서 나타나는 돌무더기와 무너진 성곽은 백제와 신라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아막산성 터라고 한다.
무너진 성곽 돌들은 수많은 억울한 주검은 알고 있겠지만 말이 없다.
산성도 지나고, 너덜지대를 건너면 복성이재가 지척이다. 거의 다 왔다.
발걸음은 가볍고, 날도 포근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 ♬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 ♬
넓은 바다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초등학교 때 불렀던 「시냇물」을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덧 복성이재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12:30분 7시간 30분(후미기준) 소요되었다. (끝)
○ 고개명칭에 대하여: 령(領), 현(峴), 치(峙), 재 그리고 고개
▲령(領) : 규모나 통행량의 면에서 큰 지역으로 지역간 주요통로를 형성하고
예로부터 군사 요충지로 주목된 곳 (예 : 대관령,조령,죽령,추풍령)
▲현(峴) : 규모나 교통량에서 령 보다는 낮은 급이며, 지방 중소 산지의
고갯길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 (예 : 남성현)
▲치(峙) : 고개가 통과하는 산지가 다소 험준한 느낌을 주는 곳이며, 꼭 산지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지막하면서 우뚝 솟은 산을 경유하는 경우
(예 : 지리산의 정령치 부운치, 팔랑치, 소백산의 마당치, 미내치)
▲재와 고개 : 순수 우리말 지명으로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음
▼ 여원재 도착
▼ 들머리에서 대간종주4기 첫 산행기념 단체사진
▼ 고남산 정상표지목에서 '고내리'
▼ 여명이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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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내려온 곳에 위치한 정상표지석에서 대간팀에 처음 함께한 직장 동생과
▼ 함께한 그린산방 36명의 산우님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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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진에 이어 북진에도 함께하게 된 돼지 삼총사 '고내리' 나 '로하스'
▼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의 정상표지석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 통신중계소에 도착하니 동쪽하늘이 태양을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 같이 온통 붉은 기운을 드리운다.
▼ '로하스' '후미'대장, 동생인 '개봉' '고내리'
▼
▼ 이런 표지가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을듯하다
▼ 매요휴계실
▼ 수백개의 시그널
▼ 마을 한가운데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식사를 한다.
▼
▼
▼ 대간 길은 좌측의 솔밭과 무덤을 지난다
▼ 88고속국도
▼ 수로를 통해 횡단한다.
▼ 지나온 고남산과 마루금
▼ 88고속국도 지리산 휴게소
▼ 가야할 마루금
▼ 산불이 난 흔적이 남아있는 된비알을 올라 만난 헬기장
▼ 새맥이재 표식
▼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
▼ 다음 구간의 봉화산과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인다
▼ 781봉을 지나 내리막 등로
▼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탱이'
▼ 아막산성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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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벽이 무너져 내려 이루어진 너덜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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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성이옛재
▼ 복성이재 날머리 도착
▼ '개봉'
▼ 대간4기 자치회 '에코'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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