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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차 28구간(한계령-미시령) 본문

백두대간 /2차(11.02~12.05)

제19차 28구간(한계령-미시령)

실미도 2011. 10. 24. 14:56
      ▲▲▲ 제19차 28구간(한계령-미시령) ▲▲▲ o 산행일시 : 2011년 10월21일(금) - 22일(토) (무박) o 산행인원 : 그린산방 산우님 39명과 함께 o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걸레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 o 산행거리 : 약 23.73km (종주누계거리 483.58km / 백두대간 거리 734.58km 65.83%) o 산행시간 : 02시30분 - 17:50 : 15시간 20분 (식사, 휴식 및 대기시간 포함) o 산행날씨 : 비/안개 산행 진행도
      GPS궤적['송암자'님 작성]
      02:30 한계령 들머리 출발 03:40 한계삼거리 05:27 끝청 05:52 중청 06:04 소청 06:44 희운각대피소 아침식사 07:25 무너미고개 08:38 1,275봉 09:48 마등령(오세암 갈림길)-20여분 후미를 기다리다 추워서 진행 10:17 마등봉(설악304 삼각표시점) 11:06 설악414 삼각표시점 11:55 걸레봉 정상 30여분 후미를 기다리며 점심식사 13:33 황철봉 15:27 계조암 갈림길-40여분 후미를 기다리다 추워서 천천히 진행 16:43 미시령 직전 삼거리 - 약 1시간 후미를 기다리다 표시를 남기고 하산 17:50 미시령 날머리 도착 ☞ [산행기는 북진을 함께하는 '대간길' 산방의 "마바르" 형님 후기를 허락을 받아 옮긴다] ❉❉❉ 설악산 우중산행(雨中山行) ❉❉❉ - 白頭大幹 북진 19차 (한계령~미시령 24km)- 육당 최남선은 「설악기행」에서 “탄탄히 짜인 맛은 금강산이 더 낫다고 하겠지만 너그러이 펴인 맛은 설악산이 도리어 낫다. 금강산은 너무나 드러나서 마치 길가에서 술을 파는 색시같이 아무나 손을 잡게 된 한탄스러움이 있음에 견주어 설악산은 절세의 미인이 골짜기 속에 고운 모습으로 물속의 고기를 놀라게 하는 듯 있어서 참으로 산수풍경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라면 금강산이 아니라 설악산에서 그 구하는 바를 비로소 만족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반도 최고라는 북한의 금강산(1,638m)과 쌍벽을 이룰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설악산(1,708m)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골(骨) 산이다.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 하여 설악이라 이름 지어진 설악산은 설산(雪山),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花山)이라고도 하며, 겨울 뿐만 아니라 사계절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래서 설악산을 한 번이라도 찾은 사람은 영원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고, 더러는 미에 현혹되어 ‘설악병’이라는 상사병을 앓는 사람들도 부지기수(不知其數)라고 한다. 설악병은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더위가 한풀 꺾여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싸늘해지고, 떨어진낙엽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발작한다. 그러다가 대청봉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급기야 기상청에서 설악산 단풍 시작시기와 절정시기가 발표되는 것을 신호로 같이 갈 사람을 못 찾아 안달복달한다. 드디어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밤,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서서 설악산으로 가는 차편에 몸을 싣는다. 우리 대원들도 설악병에 걸리거나, 병이 깊어져 설악산을 수시로 들락거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太半) 이다. 그래서 상사병도 치유할 겸 백두대간 한 구간도 끝내기 위해서 설악산 구간을 단풍 절정기에 맞춰서 간다. 오늘은 설악산 가는 날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설악산의 날씨, 오전에 발표한 일기예보는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전까지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온다고 했지만 밤 9시경 집을 나설 때 최종 확인한 예보는 내일 오전까지 10mm 내외의 비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카메라를 다시 챙겨 넣고 집을 나선다. 오늘 제19차 구간은 한계령(1,004m)에서 출발하여 서북능선 갈림길(1,397m) 끝청(1,604m) 중청(1,676m) 대청(1,707m)울 지나 희운각대피소(1,020m)에서 아침식사하고, 공룡능선을 넘어 마등령(1,320m) 저항령 황철봉(1,381m) 미시령(767m)까지 약 24km를 간다. 구간 거리는 짧지만 산행 난이도는 백두대간 전구간 중에서 최상급으로 약 15시간 정도 예상된다. ○ 인산인해(人山人海)의 한계령(寒溪嶺) 이번 구간은 서바이벌(survival) 방식으로 진행한다. 산행 공지에서도 밝혔지만 버스 안에서 천문대장이 강조하는 것도 모자라, 오늘따라 후미대장도 「후미지만 맨 뒤에서 여러분들을 챙길 수 없다. 내가 여러분보다 앞서 갈 수 있다」고 반 협박조로 위협을 준다. 우리 대원들이 누군가? 산전수전 다 겪고, 장거리 산행에는 다들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인데 대장 두 분이 나서서 과장한다고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모두들 불 끄고 자자는 표정이다. 각설하고 한계령에서 희운각 대피소까지 무조건 5시간 안에 들어오라 한다. 평소 같으면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오늘은 사람이 많아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여하튼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는 놈만 같이 가고, 그렇지 않는 놈은 버리겠다는 것이다. 단 놈이 아니면 괜찮다. 길이야 아니 관계없지만, 탈락하면 벌금은 벌금대로 물고 개망신 당하는 것이 문제다. 다른 구간에서 보다 조금 이르게 내설악광장휴게소에서 산행준비를 완전히 갖추고 버스에 오른다. 출발지점인 한계령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서면을 있는 44번 국도가 지나가는 해발1,004m 고갯마루이자 설악산 대청봉과 점봉산을 연결하는 주능선 안부이다. 옛날에는 소동라령(所冬羅嶺)으로 한때는 오색령(五色嶺) 으로 불리었고, 이곳 산자락에 살던 사람들은 자드라재로 불렀다. 그러다가 1960년대 한계령 군사도로가 완공된 후 도로공사 도중 희생된 108명의 군 장병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위령비와 설악루가 세워지고 108계단도 만들었는데 이 때부터 한계령이라 부르게 되었다 오전 02시 30분 한계령, 날도 차고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 주차장은 폐쇄되어 있고 경찰과 주차 안내원들이 밀려드는 교통량을 통제하기 위해서 한계령 정상에서는 등산객들만 하차 시킨 후 타고 온 버스는 이동시킨다. 하차해서 우의를 갖춰 입자마자 출발한다.   ○ 서북능선을 오르면서 들머리 한계령 108계단은 짧지만 그 사연만큼이나 가파르고 힘들다. 이 108계단은 발을 올리는 순간 한계령코스가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해주는 어떤 힘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계단이 꽉 들어찰 정도로 등산객들이 많아 떠밀려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계단을 올라서면 설악루가 나오고, 우측으로 돌아서면 위령비와 탐방지원센터가 보인다. 이어서 초입의 나무계단을 지나고 나면 돌로 깐 가파른 등산로가 1307봉 이정표까지 1km 가량 이어진다. 초입부터 사람들이 정체되어 한 두 걸음 걷고 쉬기를 반목한다. 이러다간 시간에 맞출 수도 없는 것은 고사하고, 답답해서 살 수 없다. 「실례합니다」외치며 추월하고, 그래도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죄송합니다. 먼저 지나가겠습니다」소리치며 치고 나간다. 오버페이스 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면서 치고 나간다. 오르막은 산행에 익숙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길 옆에 꾸부려 앉아 웩웩거리고, 또 어떤 사람은 숨 넘어가는 표정으로 길 한가운데 퍼질러 앉아있고, 죽겠다고 독백하는 사람 등 등산로 곳곳에 오버페이스 한 등산객들이 즐비하다. 일행들 찾고 부르는 소리, 무전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심지어 라디오까지 크게 틀어놓고 산행하는 사람 등 등산예절은 어둠 속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속도를 조절하면서 서북능 삼거리에는 1시간 15분만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뒤에 오는 대원들도 챙겨야겠지만 기온도 낮고 비도 부슬부슬 계속되어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선다. 초입의 그 많던 등산객들은 다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평소 주말 산행 할 때 보다 오히려 한산하다. 그러나 짧은 너덜구간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 진행이 더뎌진다. 빗방울은 굵어졌다가 가늘어지기를 반복하고, 바위는 빗물에 흠뻑 젖어 미끄럽고, 길에는 물웅덩이가 곳곳에 생겼다. ○ 소청을 내려가는 나무계단에 서서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여 천천히 오른다. 그렇게 끝청에 올라섰지만 아직 사방은 깜깜하다. 가던 길은 계속하여 중청 산허리를 돌아서니, 중청대피소 하늘에는 대피소 주변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 바람과 비안개 그리고 어둠이 적절하게 어울려 몽환적인 춤을 추고 있다.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러다가 중청대피소와 대청봉을 들르지 않고 곧장 나아간다. 목책이 둘러쳐진 돌로 깐 등산로 따라 가면 첫 번째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이 곳에서 잠시 멈춰 평소처럼 오른쪽을 바라본다. 오늘은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봉긋한 대청봉 봉우리와 부드럽게 흘러내린 장쾌한 화채능선, 천불동 계곡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오늘따라 바람도 불지 않고, 다들 바삐 내려가느라 인적까지 드문 소청 내려가는 계단에 서서 밝아오는 주변을 바라보니 허무한 생각이 든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풀들이 우거져 풍성했고, 나무들은 입들이 울창하여 마음을 푸근하게 하였건만 계절이 바뀌니 모든 것이 변했다. 기온까지 싸늘하여 피부와 뼈 속으로 파고든다. 가을 바람이 한차례 흔들고 지나갔을 뿐인데 푸른 풀들이 누렇게 변하고, 나무들은 입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이것이 화려한 단풍 속에 감춰진 가을의 본 모습이 아닌가? 울긋불긋한 색동옷을 벗어 버리면 이내 벌거숭이가 되는 것도 모르고 모두들 좋아라 한다. 이해인 수녀 시인의 「낙엽」을 읽으며 다시금 나를 돌아본다. 낙엽은 나에게 살아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고 살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소청 내려가는 나무계단과 전망대는 빨리 지나지 마라. 설악산의 장쾌한 광경을 가슴과 눈에 담으면서, 음미하면서, 즐기면서 천천히 내려가라. 오른쪽으로는 대청봉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화채능선이 장쾌하다. 그 앞쪽으로는 멀리서부터 황철봉, 마등령, 공룡능선, 울산바위, 권금성을 비롯하여 설악산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왼쪽으로는 용의 이빨처럼 생긴 용아능선과 내설악이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거든 심안으로라도 보라. 나무계단과 구멍이 숭숭 뚫린 철계단을 내려서면 평평한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여기가 소청봉(1,633m)이다. 여기서 희운각 대피소까지 1.3km 구간은 설악산에서 가장 가파르고 긴 급경사 돌계단 구간이다. 돌계단을 놓을 수 없는 구간에는 간간이 나무계단과 철계단도 있다. 이 구간은 힘든 만큼 조망도 뛰어나므로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내려가야 한다. 고사목 사이로 공룡능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철계단이 시작되는 바위에 올라서면 신선대가 눈앞에 시원하다. 오늘은 이 모든 아름다움이 비안개 속에 가려있다. 이어서 긴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다리를 건너면 오늘 아침을 먹기로 한 희운각 대피소다.   ○ 희운각 대피소 희운각대피소는 산악인들에게는 사연이 많은 곳이다. 1969년 2월 해외원정을 위해 건폭골에서 야영을 하던 산악인 10명 전원이 눈사태를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부터 건폭골을 「죽음의 계곡」이라 불렀고, 사고가 난 그 해 어느 독지가가 사재를 털어 대피소를 지어 자기의 호인 「희운」을 따서 희운각(喜雲閣)이라 이름 붙여 운영하다가 현재의 건물은 국립공원에서 인수하여 다시 지은 것이다. 정상적인 백두대간 마루금은 대청봉에서 죽음의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정 코스지만 산사태로 폐쇄되어 지금은 다닐 수 없다. 07:15분 희운각 대피소, 한계령에서 4시간 45분, 겨우 데드라인(deadline)안에 도착했다. 대피소에 도착하면 단풍이와 정숙이가 김 모락모락 나는 아침밥 해 놓고 다소곳이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보이지 않고 반갑지도 않는 등산객들이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오글오글 모여 앉아 아침을 먹느라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같이 아침 먹자 해놓고 1~20분 못 기다리고 라면까지 끓여먹고 벌써 치우는 중이다. 그나마 비 안 맞는 처마 밑에서 자리 비켜주는 것도 아쉬워하며 이미 젖은 배낭까지 비 맞을까 챙긴다. 늦은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선채로 아침을 먹는다. 이런 것도 서바이벌에 포함되는 줄 몰랐다. 그래도 나는 빗물이 튀는 처마끝이나마 접이의자에 앉아 밥 한 덩이와 김치 한 조각뿐인 아침상을 차렸다. 소청 계단에서부터 아파오던 종아리까지 쑤시니 더더욱 서글프다. 덜덜 떨며 찬밥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더란 말인가? 이렇게 으스스 한 날은 따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뚝배기에 그득 담긴 선지해장국도 좋고, 아삭하고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도 좋다. 대파가 숭숭 들어간 따로 국밥도 그립다. ○ 쇠줄잡고 공룡능선에 올라서니 다시 길을 나선다. 종아리 통증으로 한 걸음 내 딛는 것도 고통이다. 이어지는 삼거리가 무너미 고개다. 이 고개에서 공룡능선 또는 천불동 계곡으로 가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므로 다시 한번 더 탈출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일단 마등령까지는 가보기로 한다. 다리를 절며 공룡능선으로가는 길로 들어섰다. 공룡능선은 설악산을 외설악과 내설악을 남북으로 가르는 대표적인 능선으로서, 능선의 모습이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희운각 대피소 앞 무너미고개에서부터 마등령까지 5.2km 구간을 말한다.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 10여 개를 타고 넘어야 한다. 공룡능선으로 들어가는 초입은 고즈넉한 숲길이다. 공룡이 먹잇감을 유혹하듯이 신선봉 허리를 끼고 돌아 갈 때까지는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산 허리를 돌자마자 풍경이 확 바뀌고 가파른 암벽이 막아 선다. 암벽에는 나지막하게 박힌 철주에 쇠줄이 연결되어 있고, 온 힘을 다해 절벽을 겨우 올라서면 거기서부터 가파른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공룡능선을 처음 타는 사람 대부분이 여기서 되돌아갈까 말까 고민한다. 찬밥으로 아침 먹은 직후라 배는 더부룩하고, 몸은 풀리지 않아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가파른 계단은 줄어들지 않고, 어느 사이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러다가 마지막 암벽을 숨을 헐떡이며 기어오르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신선대 능선이다. 공룡능선 중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신선대에 올라섰지만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맑은 날 이곳에서 바라보면 공룡능선과 내설악과 외설악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는 공룡릉의 주봉격인 1275봉이 정 중앙에 마주하고 있고, 맨 앞쪽으로는 하늘에 핀 꽃처럼 아름답다는 천화대 능선이 천불동 계곡으로 흘러내리고 그 끝에는 피어나는 꽃 봉우리를 닮은 뾰족한 범봉 바위가 보인다. 그 뒤로 멀리 보이는 두 번째 능선이 마등령에서 금강굴을 거쳐 비선대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이제부터 공룡능선의 시작이다. 공룡능선은 흙 길이 거의 없고 온통 돌과 바위 사이로 뚫어 놓은 좁은 외길이다. 한 번 들어서면 돌아갈 길은 없고 끝까지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봉우리 수를 세지도 말고,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거리를 확인하지도 마라. 오르막이 얼마나 높고 가파른지, 내리막이 얼마나 깊고 긴지 알려고 하지 말고 지겨워하지도 마라. 이것 저것 살펴서 따지다가는 공룡 등에서 숨 넘어 갈 수 있다. 가장 쉽게 넘는 방법은 기암괴석과 바위틈에 뿌리내린 기품 있는 소나무에 감탄하며 능선을 넘나드는 운무도 즐기면서, 때로는 낭떠러지에서 서서 아찔함도 느끼면서 그냥 저냥 바보처럼 넘어라. 그러다가 좁디 좁은 천길 낭떠러지에 올라서면 눈앞에 보이는 곳이 공룡의 꽁지에 해당하는 나한봉(1,298m)이다. 오늘은 안개에 가려 어렴풋하다. 이어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나타나는 마등령 삼거리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서서 길을 잘 찾아야 마등령봉에 오를 수 있다. 마등령봉(1,327m)은 손으로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로 험준하여 마등령(摩登嶺)이라 불렀다고 하나 현재는 말 등처럼 생겼다 하여 마등령(馬登嶺)으로 표기한다. 여기서부터 미시령 방향으로 내려서면서부터 그 유명한 너덜지대가 전개된다.   ○ 황철봉(1,381m)은 오르는 길도 너덜너덜, 내려가는 길도 너덜너덜하다. 「너덜」그 이름 만으로도 느낌이 확 다가오는 표현이다. 설악산의 너덜은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 일대가 전부 너덜지대지만 뀌때기청봉 정상부 일대만 겉으로 드러나 있고 대부분이 흙에 묻혀 겉으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덜지대인지 모른다. 그러나 마등령에서 울산바위 삼거리까지 약 7km 구간은 지표면으로 드러난 너덜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최대, 최고의 다양한 너덜이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지금부터 너덜을 종류별로 구경도 하고 만져보며 지나간다. 첫 번째 만나는 너덜은 애기너덜이다. 마등령 봉우리에서 미시령 방향으로 내려서는 정상부근에 깔린 너덜이다. 너덜의 입자도 어른 주먹만한 것에서부터 머리통 만한 크기로 입자가 작다. 그러다 보니 너덜지대에서 볼 수 없는 등산로가 분명하게 뚫려 있다. 지그재그로 내려가서 만나는 숲에도 작은 너덜이 곳곳에 숨어있다. 아직도 비는 찔끔거리며 내리고 이어지는 능선 길은 떨어진 낙엽으로 푹신하다. 어떤 곳은 발목이 잠길 정도로 깊게 쌓여있다. 비에 젖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 소리를 연상하며 걷는다. 두 번째 만나는 너덜은 걸레너덜이다. 마등령에서 약 1.5km 떨어진 1249봉에서 걸레봉 넘어 저항령까지 약 1km 구간 사이에 있는 너덜이다. 너덜은 너덜인데 너덜 같지도 않고 크기도 제각각 질서도 없고 그야말로 개판이다. 숲과 잡목이 뒤 썩여 길은 보이지 않고, 암봉을 타고 넘기도 하고, 그러다가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집채만한 바위와 자갈 흙이 뒤엉켜 있기도 하다. 잡으면 미끄러져 내리는 위험한 너덜도 있다. 그러다가 제법 넓은 지역의 너덜을 왼쪽에 두고 가파르게 올라서면 뾰족한 바위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이 봉우리가 걸레봉이다. 하필이면 걸레봉 바위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비는 오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라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각자 준비해온 점심도 10인 10색이다. 햇반, 아침 먹다 남겨둔 찬밥, 떡, 건빵 등 난 선식에 쑥떡 한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추위에 몸은 후들후들 떨리고, 움직일 때마다 라벤더 향의 내 땀 내음이 코 끝을 자극한다. 걸레봉을 넘어서면 저항령까지 내려가는 북쪽 사면에 거대한 너덜이 깔려있다. 세 번째 만나는 너덜은 놀부너덜이다. 저항령에서 황철봉 정상까지 남쪽 사면에 펼쳐진 너덜이다. 놀부처럼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너덜 같지 않는 너덜지대도 있고, 그러다가 평평한 곳도 있다. 숲이 나타나 너덜이 끝난 줄 알았지만 이어지는 너덜은 무너져 내릴 것 같이 수직으로 세워진 너덜도 있다. 특히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너덜을 지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바위에 붙은 하얀 버섯이 빗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밟으면 그대로 미끄러지기 싶다. 황철봉 정상에서 1318봉까지 약1.5km 구간은 정말 지루한 능선 길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고, 마지막 너덜이 빨리 나타나기를 기다릴 정도로 지겹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너덜은 삼단너덜이다. 황철봉에서 능선을 따라 끝자락 1318봉에서 울산바위 갈림길 초입까지 북쪽 사면 완만한 경사면에 펼쳐진 삼단 너덜이다. 여기 너덜은 바위가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고르고 광장처럼 아주 넓게 분포된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너덜이다. 이곳 너덜은 다른 곳과 차원이 다르고 어떤 기품도 느껴진다. 너덜 지대는 길이 따로 없다. 나이론 줄과 장대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이 줄을 벗어나면 온 천지가 너덜이기 때문에 방향을 알 수 없다. 그리고 너덜 바위 사이마다 크레바스가 도사리고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 삼단너덜은 너덜과 너덜 사이마다 좁은 숲이 그 경계를 구분한다. 다리를 절면서 오후 5시 10분경, 천신만고(千辛萬苦)끝에 미시령에 겨우 도착했다. 14시간 40분 걸렸다. 단풍이 절정이라고 특별히 날까지 받았지만, 왠 종일 비가 내려 카메라는 배낭 속에만 있었다. 그 유명하다는 설악산 단풍은 구경도 못하고 종주를 끝냈지만, 설악산을 향한 가슴앓이는 한 동안 잠잠하리라. 이제는 설악산 대청봉에 폭설이 하얗게 쌓인 날을 기다린다.   설악산이 제 아무리 절경이면 무슨 소용 인가. 부끄럼을 타는지 비안개 속에 꼭꼭 숨어 두문불출(杜門不出)하니 단풍이 미운지 고운지 알 수 없다. 다람쥐까지 숨어버린 마등령에는 하루 종일 궂은비만 내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떨어진 낙엽만이 겨울지나 봄이 올 날만 기다리더라. (끝) 【붙임】 위 글에서 적은 너덜의 이름은 공식 이름이 없어서 저가 구분하기 위해서 창작해서 붙인 이름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궂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렵다는 설악산 구간을 무사히 마친 대원들, 특히 대원들과 뒤쳐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신 네분과 이들을 이끈 후미대장에게 다시 한번 더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아카데미님, 산행실력도 빼어나지만 명의이자 백의천사로서 우리 4기의 보배입니다. 언제나 한결 같은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 드립니다. 종아리는 하루 쉬어도 차도가 별로없네요. 병원에는 정말 가기 싫지만 오래동안 산행하고 싶으니 어쩔수 없이 병원에 가야겠다. 2011.10. 22 Mabare 마바르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한계령 철문이 단풀철로 등산객이 많아 평소보다 이른 02시30분에 출입문이 열리고 일제히 계단을 올라 위령비를 지난다.
      한계삼거리
      끝청-추워서 쉬지도 않고 그냥 지나친다.
      소청 봉정암 갈림길
      희운각대피소에서 '로하스'-비를 피해 처마끝에서 아침을 먹고 선두그룹을 이끌고 출발한다.
      무너미고개
      1,275봉-비가 내려서인지 단풍이 다 떨어져서인지 등산객이 많지않다. ['하얀소'님 촬영]
      중간 그룹이 1,275봉 도착이란다. 20여분 기다리다 너무 추워서 천천히 진행하기로 무전교신을 한다.
      마등령 오세암 갈림길 ['하얀소'님 촬영]
      마등봉 정상 ['하얀소'님 촬영]
      마등봉 삼각점 마등봉 직전에서 좌측길로 빠져 작은너덜지대로 가야하는데 뒤에 오던 많은 산우들은 직진해서 알바를 하였다.
      걸레봉 초입의 삼각점
      걸레봉 직전에서 잠시 휴식 ['하얀소'님 촬영]
      걸레봉 암봉을 넘기 직전에서 바람을 피해 점심식사를 마치고 중간, 후미그룹과 무전교신 ['하얀소'님 촬영]
      걸레봉에서 저항령 내려서는 너덜지대. 바위의 흰이끼가 비에 젖어 무척 미끄럽다.['하얀소'님 촬영]
      저항령에서 황철봉 오르는 너덜지대를 지나는 산우들
      황철봉의 암봉
      황철봉 3단 너덜중 마지막 너덜지대를 내려오는중 ['하얀소'님 촬영]
      너덜지대 통과하다 도가니도 너덜너덜해질 지경이다.['하얀소'님 촬영]
      황철봉 3단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계조암, 울산바위의 설악태극 갈림길에서 40여분을 추위에서 기다리다 천천히 진행하여 미시령 직전에서 또 다시 1시간가량 기다리지만, 2시간 이상 뒤쳐진 후미를 기다릴 수 없어 하산로 표식을 남겨두고 우측길로 마지막으로 하산한다.
      안개가 잠깐씩 비켜준 사이로 미시령이 보인다. 산 벗이자 인생의 벗인 '애뫼'
      외모 만큼이나 특출한 산행 실력에, 마음씨도 큰 산을 품을 수 있을만큼 넉넉한 '하얀소'님
      안개가 자욱한 미시령. 직진은 초소가 있어 우측으로 내려가야한다. ['하얀소'님 촬영]
      모두 하산시키고 하얀소님과 뒤에오는 산우들의 길안내를 위해 기다리는데 안개가 살짝 걷히며 미시령이 들어난다. ['하얀소'님 촬영]
      미시령 내려서기 직전 ['마들'님 촬영]
      ♬ 산으로 가자 / 김표무 작사, 최수민 작곡, 김표무 노래 ♬